월 매출 9천만원에도 문 닫는 영양 젖소농장… "일할 사람이 없어"

입력 2026-08-06 14:52:05 수정 2026-08-06 16: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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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박무자 부부, 젖소 150마리와 사료용 옥수수밭 1만5천평 관리
32년 키운 농장 내년 처분 계획… 인력난, 고령화, 환경규제에 한계

경북 영양군 영양읍 상원리에서 32년 째 젖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선호, 박무자 씨 부부가 자신들이 키우는 젖소 옆에서 미소 짓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영양군 영양읍 상원리에서 32년 째 젖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선호, 박무자 씨 부부가 자신들이 키우는 젖소 옆에서 미소 짓고 있다. 김영진 기자

지난 4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상원리의 한 젖소농장.

축사 안으로 들어서자 대형 환풍기 소리 사이로 150여 마리의 젖소가 줄지어 서 있었고, 착유시설에서는 갓 짠 원유가 쉴 새 없이 저장탱크로 흘러들었다. 하루 생산량은 2.4톤(t), 한 달 매출은 9천만원 안팎에 달하지만 농장주 최선호(76) 씨의 표정에는 기쁨보다 걱정이 짙었다.

최 씨는 32년 동안 키워온 젖소농장을 내년에 처분할 계획이다. 인건비와 사료비, 각종 운영비를 제외하더라도 적지 않은 소득이 남지만, 고령의 부부가 감당하기에는 농장 일이 너무 고되고 일을 이어받을 사람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젖소는 하루도 손을 놓을 수 없다. 정해진 시간마다 젖을 짜야하고 먹이 공급과 분뇨 처리, 축사 청소, 출산을 앞둔 소의 상태까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부 작업을 돕고 있지만 농장 운영 전반은 최 씨와 부인 박무자(73) 씨가 책임지고 있다.

젖소 먹이를 마련하고자 인근 1만5천평 밭에는 사료용 옥수수까지 심었다. 농장과 옥수수밭을 오가며 사료 생산부터 착유까지 챙겨야 하는 만큼 두 노부부에게 하루는 늘 빠듯하다. 잠시라도 농장을 비우기 어려워 제대로 된 여행이나 휴식도 꿈꾸기 힘들었다.

최 씨 부부는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도 넘겼다. 박 씨는 과거 축사에서 젖소의 공격을 받아 소 밑에 깔릴 뻔했고, 주변 사람들이 달려들어 소를 떼어낸 뒤에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2000년대 초 태풍으로 마을이 침수됐을 때는 두 해 연속 축사에 물이 들어와 정전이 돼 착유가 어려워지자 주민들이 찾아와 손으로 젖을 짜며 부부를 돕기도 했다.

최 씨가 낙농업을 시작한 것은 밭농사만으로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젖소를 키우던 선배의 권유로 농장에 뛰어든 뒤 새벽마다 손으로 젖을 짜 안동 집유소까지 실어 날랐다. 이후 영양지역 낙농가가 늘면서 탱크로리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최 씨는 사육 규모와 원유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했다.

경영 기반은 안정됐지만 농장을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수입 건초와 배합사료 가격은 환율에 따라 크게 뛰었고, 축산 악취와 가축분뇨 처리 등 환경규제도 한층 엄격해졌다. 축사를 새로 짓거나 시설을 확장하려 해도 인허가와 주민 민원을 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다. 높은 매출과 안정적인 소득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일을 맡으려는 인력을 찾기 어렵고, 자녀에게 농장을 물려주는 방안도 여의치 않다. 농장 규모가 커진 만큼 부부가 일을 줄이고 싶어도 당장 대신할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최 씨는 "젖소를 키운 지 30년이 넘어서야 농장 일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는 돈도 벌 만한 기반을 갖췄는데 나이가 들어 그만둬야 하니 아쉽다"며 "수입이 적어서가 아니라 너무 힘들고 일할 사람이 없어 내년에는 농장을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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