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83년 29회>장려상 김광희 작 '바닷가 아이들'…웃음이 파도보다 먼저 밀려오던 봄

입력 2026-08-07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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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김광희 작
장려상 김광희 작 '바닷가 아이들'

1983년 이른 봄이었다.

겨우내 움츠렸던 바다가 따스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기 시작하던 어느 날,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보다 먼저 밀려왔다.

현수와 진환, 승현, 동현, 그리고 철수.다섯 친구는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항구로 달려갔다. 어른들에게 항구는 삶의 터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였다. 커다란 방파제는 운동장이었고, 부표는 장난감이었으며, 항구에 정박한 나뭇배는 거대한 해적선이었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나뭇배. 바닷바람과 소금기를 수십 년 견뎌낸 난간은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좁은 틈 사이로 얼굴을 쏙 내밀었다. 누군가는 까르르 웃었고, 누군가는 친구를 밀치며 장난을 쳤다. 앞니가 빠진 아이의 웃음도,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환하게 웃는 얼굴도 모두 봄 햇살만큼 따뜻했다.

그날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내일 시험이 있는지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지도,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웃음은 이유가 있어서 터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기 때문에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그들에게 특별한 향기가 아니었다. 아침에도 맡고, 점심에도 맡고, 저녁에도 맡던 일상의 냄새였다. 서울 아이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바다였겠지만, 구룡포 아이들에게 바다는 늘 곁에 있는 친구였다. 파도가 부두를 두드리는 소리도 자장가였고, 갈매기 울음도 놀이터의 배경음악이었다.

아이들은 오래된 나뭇배 하나만 있어도 몇 시간을 웃으며 놀 수 있었다. 난간은 감옥이 되었다가 망루가 되었고, 갑판은 해적선이 되었다가 고래를 잡는 포경선으로 변했다. 상상력이 부족한 것을 채워 주었고, 친구들은 그 상상에 언제나 기꺼이 동참했다.

멀리서는 어른들이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물에서는 은빛 고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선창가에는 고무장화를 신은 어부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삶은 고단했지만, 아이들의 웃음만큼은 누구도 빼앗지 못했다. 어른들의 땀방울과 아이들의 웃음이 함께 어우러져 구룡포의 봄은 더욱 따뜻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40여 년이 지났다.현수도, 진환도, 승현도, 동현도, 철수도 이제는 중년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고향을 떠났고, 누군가는 여전히 바다를 지키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이 생겼겠지만, 사진 속 그날만큼은 모두 영원한 소년으로 남아 있다.

김광희 작 '바닷가 아이들' 사진은 단순히 다섯 아이의 미소를 기록한 작품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어린 시절, 가장 순수했던 시간을 붙잡아 둔 한 편의 시다.그래서 우리는 이 사진 앞에서 미소를 짓다가도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다.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봄볕 아래 친구들과 함께 웃던 그 하루,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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