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쥐님, 저도 아기 낳았어요."
댓글 하나가 달렸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기록이나 해둘까 싶어 시작한 블로그. 그곳에서 서로 이웃을 맺었던 한 분이었다. 공통점이라곤 대구에 산다는 것, 그리고 내가 신혼을 보냈던 오피스텔에 그분도 살았다는 것 정도다. 온라인에서는 꽤 친밀한 사이였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었다.
태서를 낳고는 블로그도 뜸해졌다. 육아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도 있었고, 하루를 기록하기보다 하루를 버티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그 댓글 하나가 마음을 움직였다.
"람쥐님, 저도 아기 낳았어요."
태서보다 한 살 어리지만 개월 수는 다섯 달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번 만날까요?"라는 말이 나왔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을 만나자고 하다니. 괜히 어색할 것 같아 남편까지 대동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의 어색함은 아이들이 서로를 쳐다보는 동안 사라졌다. 나이도, 직업도, 취미도 몰랐다. 아는 건 서로의 닉네임뿐이었다. 그런데 육아 이야기만으로 몇 시간을 웃었다.
조리원 동기도 만들지 않았던 나다. 다들 조리원에서 단체방을 만들고, 퇴소 후에도 만나 육아 정보를 나눈다고 했지만 나는 끝내 누구의 연락처도 묻지 않았다. '굳이….' 그게 당시 내 생각이었다.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정말 친한 친구들조차 자주 만나기 어려웠다. 한정된 시간을 새로운 사람에게 쓰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많을 필요 없고, 정말 마음 편한 사람 몇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또래 아이만 보면 "몇 개월이에요?"부터 묻는다. 놀이터에서는 처음 보는 엄마와도 어린이집 이야기를 하고, 키즈카페에서는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라는 부탁도 스스럼없이 한다. 태서가 먹던 과자를 또래 아이가 빤히 쳐다보면 "하나 먹을래?"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길에서 아이가 넘어질 것 같으면 내 아이도 아닌데 "조심!" 하고 외친다. 언제 이렇게 남의 아이까지 신경 쓰는 오지라퍼가 됐는지 모르겠다. 아기를 낳아야 진짜 아줌마가 되는 걸까. 요즘의 나는 제법 아줌마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