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국장급 38명 가운데 6명 여성
기초지자체 여성 국장, 48명 중 39.6%
"여성 공무원 고위직 비중 많아져…유리천장 깨지고 있는 긍정적 변화"
대구 공직사회에서 여성 간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국장급은 물론, 주민과 가까운 읍·면·동장에도 여성 공무원 비율이 절반 이상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으로 운영돼 온 지방행정에 여성 리더십이 자리 잡으면서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 대구시 조직 수장에 여성 간부
대구시에선 역량 있는 여성 간부 공무원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 국장급(구·군 부단체장 포함) 38명 가운데 6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 국장들은 단순한 인사 안배가 아닌 각 분야에서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조직의 핵심 보직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을 허물은 대표적인 여성 간부 공무원으로 꼽힌다. 광역협력담당관과 창업진흥과장, 민생경제과장, 섬유패션과장을 두루 거쳤다. 특유의 기획력으로 달빛철도 특별법 국회 통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등 핵심 현안을 추진하면서 조직 안팎의 신뢰를 얻고 있다.
황보란 문화체육관광국장 또한 여성 공무원으로서 역량을 입증한 인물이다. 대학교 재학 중이던 2008년 제5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25세 나이로 대구시 일자리 창출 담당에 발탁돼 '대구 최초 행시 출신 여성 사무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남성 관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구시 인사과장직도 수행한 바 있다.
대구시에서 근무하다 지난 2024년 7월 달성군 부군수로 자리를 옮긴 정은주 부군수도 지역 공직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달성군 최초 여성 부단체장이라는 기록을 쓴 정 부군수는 행정 9급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여성 최초로 대변인실 보도기획팀장을 맡은 데 이어 예산실에서는 예산 편성 업무를 담당하는 등 여성의 진출이 드물었던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 밖에도 대구시에서는 다음 달 공로연수를 앞둔 이은아 대학정책국장과 최미경 미래혁신정책관이 국장급 간부로 주요 정책을 이끌고 있다.
◆ 기초지자체 국장, 10명 중 4명 여성
기초지자체에서도 여성 공무원들이 주요 보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지역 8개 구·군(군위 제외) 국장급 48명 가운데 여성은 19명으로 전체의 39.6%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가 6명 중 5명(83.3%)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서구(60%), 중구(50%), 북구(42.9%), 달서구(37.5%), 남구(25%), 수성구와 달성군(각 14.3%) 순으로 나타났다.
먼저 중구 전정현 관광경제국장은 관광과장 재직 당시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 추진을 최초로 입안했으며, 대구형무소역사관 조성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미진 주민복지국장은 복지정책과장 시절 장애인 수영장과 헬스장 등을 갖춘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복지 인프라 확충에 기여했다.
서구에서는 한미향 행정안전국장이 국민체육센터와 내당구립도서관, 청소년문화의집 건립을 추진하며 생활밀착형 공공 인프라를 확충했다. 박원숙 의회사무국장은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을 발굴하고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신설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달서구 김해숙 경제환경국장은 지역 특화 결혼장려사업을 통해 36차례 만남 행사를 마련해 122쌍의 커플 매칭을 성사시켰고, 158개 기관·단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수성구 김미애 복지국장은 청년정책과 청소년 상담사업을 활성화했으며, 생활환경국장 재임 당시에는 망월지 생태환경 보전 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동구 송현주 기획홍보국장은 교육정책과장 당시 대구동구교육재단 출범과 평생학습교육센터 개소를 이끌었으며, 김정임 경제환경국장은 감사실장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 3년 연속 2등급 달성과 대통령 표창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북구 오현미 문화교육국장은 악성민원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북문통답'을 운영하면서 행정 신뢰도를 높였다.
남구 이수정 행정국장은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파견 근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대외 협력 기반을 넓혔다. 달성군 배경옥 문화관광국장은 구지농공단지 청년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해 청년 근로자의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 최일선 행정서도 여성 리더십 두드러져
최일선 행정에서도 여성 리더십은 두드러진다. 대구 9개 구·군의 동·읍·면장 150명 가운데 여성은 92명으로 61.3%를 차지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 현장을 책임지는 관리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국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24.3%였던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수는 ▷2022년 27.4% ▷2023년 30.8% ▷2024년 34.7% ▷2025년 38.8%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만518명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대구시는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중이 528명으로 전체 1천153명 중 45.8%를 차지했다. 타시도와 비교해도 부산시(51.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성 공무원의 관리직 승진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을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이 허물어지는 흐름으로 분석했다. 직급과 보직을 성별이 아닌 역량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공직문화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직사회는 개인의 능력과 업무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조직인 만큼, 여성 공무원들이 고위직에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유리천장이 점차 깨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며 "1980년대 가부장적 사회와 비교하면 여성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를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직의 업무 특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