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도색·주차장 공사 등 입주민-입대의 갈등 확산
5년새 공동주택 감사 54곳서 1천241건 지적…장기수선 관련만 171건
대구지역 아파트에서 장기수선충당금 집행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공사 필요성과 사업자 선정 절 등을를 두고 맞서면서 지방자치단체 감사와 형사 고소, 가처분 신청으로 번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외벽 도색 갈등…"주민이 선택한 시안 아냐"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외벽 도색 공사와 관리사무소 인력 운영을 두고 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가 대립 중이다. 대구시 공동주택 감사에서 입대의와 관리주체에 대한 다수의 지적사항이 나온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20일 A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4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비대위는 감사 결과 등을 근거로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도 신청할 예정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해 진행된 3억3천950만원 규모의 균열 보수·재도장 공사가 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3억원 이상 공사의 낙찰 방식을 전체 입주민 투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입대의가 낙찰 방식에 대한 전체 투표 없이 최저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비대위는 외벽 색상을 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업체가 제시한 5개 시안에 대해 주민 스티커 투표를 진행했지만 실제 외벽은 해당 시안과 다른 색상으로 도색됐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공사 방식과 색상 결정 과정에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A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벌여 사업자 선정 부적정, 관리비 용도 외 사용, 시설물 인력관리 소홀, 입찰 관련 중요사항 사전 의결 미이행 등 23건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4건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공사와 장기수선충당금 집행에 필요한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균열로 빗물이 유입된다는 민원이 이어져 보수공사가 필요했고,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에 필요한 과반수 동의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며 "외벽 색상 투표도 방송으로 안내한 뒤 주민 참여를 받아 실시했다"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에 대해서는 "적격심사제와 최저가 방식 가운데 어떤 방식을 택할지 주민 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었고, 관리사무소는 최저가 공개입찰로 진행했다"며 "특정 업체를 선정하거나 공사비를 임의로 집행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수성구 두산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12월 체결한 16억원 규모의 주차장 도장 공사를 두고 입주민과 입대의가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주민은 다른 업체 견적이 6억~8억원 수준이었다며 공사비가 과도하고 특정 특허를 입찰 조건으로 내건 제한경쟁 방식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진행되면 약 19억원인 장기수선충당금 대부분이 소진돼 향후 승강기와 배관 등 주요 시설 교체 때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입대의 측은 비교 견적이 실제 시방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바닥과 벽체·천장·배관을 포함한 공사 범위와 자재 두께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특허 조건 역시 내구성이 검증된 공법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며 공개입찰을 통해 최저가 업체를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대구서만 5년간 54곳 감사…1천241건 지적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감사 요구도 늘고 있다. 대구시 공동주택 감사 청구는 2022년 10건에서 2023년과 2024년 각각 12건, 지난해 13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6월까지 7건이 접수됐다. 공동주택 감사는 전체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10분의 3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매일신문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대구시 공동주택 감사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공동주택 54곳에서 모두 1천241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연도별 지적 건수는 2022년 188건, 2023년 206건, 2024년 321건, 2025년 35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169건이 확인됐다.
1천241건 가운데 대부분은 주의·시정 요구였고, 과태료 처분 또는 부과 요구는 30건, 수사의뢰는 2건, 경고는 1건이었다.
특히 장기수선계획과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지적은 5년간 171건에 달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30건, 2024년 48건, 지난해 42건, 올해 7월까지 21건이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계획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장기수선계획 검토·조정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례 등이 반복됐다.
사업자 선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거나 늦게 공개한 사례도 같은 기간 47건 적발됐다. 대규모 공사비 집행과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은 점이 공동주택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이병홍 대경부동산분석학회장은 "장기수선충당금은 적립 규모가 크고 사용처를 둘러싼 입주민 간 이해관계도 복잡하다"며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는 전체 입주민 동의 기준과 입찰 절차를 정부 차원의 표준지침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별 관리규약에만 맡기면 기준이 제각각일 수 있는 만큼 사업자 선정과 공사비 산정 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과 정보 공개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