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82년 28회>노력상 윤혜숙 작 "동심"

입력 2026-07-24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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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상 윤혜숙 작
노력상 윤혜숙 작 "동심".대구 칠성동의 한 공터에서 동네 아이들이 리어카 목마를 타며 즐거워 하고 있다.

1982년 여름, 대구 칠성동의 한 공터.

장마가 막 지나간 오후였다. 줄무늬 천막 아래 손수레에 실린 리어카 목마가 덜커덩 소리를 내며 자리를 잡았다. 손수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골목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목마 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이 달려왔다.

미숙이는 빨간 원피스 자락을 휘날리며 제일 먼저 줄을 섰다. 영숙이는 두 갈래 머리를 흔들며 "오늘은 흰 말 탈 거야." 하고 싱글벙글 웃었다. 철수는 혹시라도 친구에게 자리를 빼앗길까 목마의 고삐를 꼭 붙잡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만덕이는 친구들을 놀리며 "나는 두 번 탈 거다!" 하고 큰소리를 쳤다. 막내 명수는 형들 뒤에 숨어 목마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목마는 아무나 탈 수 없었다.

한 번에 50원.

"과자 사 먹을까, 목마를 탈까."

시장에서 장을 보던 부모님이 손을 잡아 이끌며 "오늘은 한 번 타 봐라." 하고 50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여 주는 날은 작은 축제였다. 그 동전 하나를 꼭 쥔 아이는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몇 번이고 주머니를 확인하며 목마 앞으로 달려갔다.

가끔은 할머니가 손주 손을 꼭 잡고 "우리 강아지, 이거 타라." 하며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두었던 50원짜리 동전을 꺼내 주기도 했다. 그 동전은 단순한 용돈이 아니라 할머니의 사랑이었다.

"엄마가 50원 줬다."

철수가 손바닥을 펴 보이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 있~다."

미숙이도 주머니 속 동전을 흔들었다.

그러나 영숙이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대현이도 빈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만덕이는 씩씩한 척했지만 사실은 오늘도 돈이 없었다. 명수는 형들이 타는 모습만 바라보다가 나무 꼬챙이로 흙바닥을 긁고 있었다.

잠시 후 음악이 울리며 빨간 말, 흰 말, 검은 말이 위 아래로 콩콩콩 움직였다. 미숙이와 철수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었고,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영숙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며 함께 말을 타는 흉내를 냈다.

"다음에는 나도 탈 거야."

그 한마디에는 어린아이의 소박한 꿈이 담겨 있었다.

목마가 멈추자 대현이가 먼저 달려가 철수를 향해 물었다.

"재미있었나?"

"응!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모두 웃었다. 탄 아이도, 못 탄 아이도 함께 웃었다. 지금 아이들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화려한 놀이기구가 가득한 실내 놀이터를 찾고,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50원짜리 동전 하나를 꼭 쥐고 차례를 기다리던 설렘은 찾아보기 어렵다.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다.

50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꿈을 잠시 실어 나르던 작은 티켓이었고,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타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다음에는 꼭 타야지."라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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