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개울에 오리가 자맥질하며 궁둥이를 치켜들었다. 그 요란한 몸놀림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 집에는 닭이 많았는데, 국희네는 궁둥이를 삐딱빼딱 거리며 뒤뚱거리는 오리를 키웠다. 가끔 개울가 풀숲에서 오리 알을 주우면 국희네 할매한테 고스란히 갖다 드렸다.
오리 알을 받아든 할매는 눈을 부릅뜬 채 일장 훈시를 하였다. '오리 알은 약이라서 어린애들은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약은 쓴맛이라는 생각에 오리 알을 극구 꺼렸다. 오리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개울에는 골부리며 징거미새우가 남아나질 않았다. 그즈음부터 물놀이 재미가 사라졌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과 밀접한 생활을 하는 오리는 신성한 동물로 숭배받았다. 마을 입구의 오리 조각 '솟대'는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부부의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은 오릿과 조류이다. 수컷은 '원', 암컷은 '앙'으로 칭하다가 '원앙'으로 불리게 되었다.
여름 보양식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삼계탕을 떠올린다. 하지만 선조들은 닭 못지않게 오리를 귀히 여겼다. 닭고기가 따뜻한 성질이라면, 오리는 서늘한(涼)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사용했다.
오리는 단순히 열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열기를 다스려 열독을 풀고,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여 신장(腎臟), 순환기, 호흡기, 소화기에 이로움을 주는 전천후 보양식이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오리는 맛이 달고 성질은 냉하다. 허한 것을 보하고 객열을 제거하며 장부를 조화롭게 하고 수도(水道)를 통하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닭은 잔치 음식으로 사용되고 제사상에도 올랐다. 그러나 오리는 연회나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다. 옛사람들은 오리를 귀하게는 보았으되, 중한 자리의 식재료로는 정결하게 보지 않았다. 물에 사는 짐승의 기운은 습(濕)하고, 오리가 진흙을 파헤치는 습성을 부정하다고 여겨 조상 숭배의 격식에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 사육 환경이나 특유의 냄새로 인해 대중적인 조리법이 정착되지 않은 점도 있을 것이다.
사실 오리는 식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약'의 범주에 가까웠다. 기력이 떨어진 사람을 보하거나, 혈액 순환을 돕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평가했다. 언젠가부터 오리고기 음식점이 늘어났다. 어린 날 '약'이라는 언질 때문에 꺼렸던 오리를 지인들에게 끌려가 먹게 되었다.
닭고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맛이었다. 서늘한 성질의 오리에 따뜻한 성질의 부추와 마늘을 곁들이면 음식 배합 면에서 좋다. 닭고기의 따뜻한 성질과 찹쌀의 따뜻한 성질은 과하여 궁합이 맞지 않으나, 오리와 찹쌀은 서로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은 잘 잡수시는 편이다. 찾아뵐 때마다 음식을 준비해 가는데, 날이 좋으면 꽃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날이 궂으면 면회실 탁자에 음식을 펼친다. 오리에 약재를 넣어 푹 고았다. 찹쌀에 좁쌀을 섞어 밥을 짓고, 녹두는 압력솥에 두 번 돌려 뭉그러지게 삶았다.
시동생 부부도 같이 와서 오리탕을 먹자고 연락을 넣었다. 지난번에 돔배기 반찬을 준비하여 갔더니 밥 한 공기를 거뜬히 비우셨다. 이번에는 기력 돋우라고 오리탕을 준비했다. 국물 몇 수저를 입에 떠넣어 드렸는데 무언가…. 예전하고 달랐다. 시동생들한테 어머님 보내드릴 준비를 하자고 했다. 그때가 유월 말경이었다.
그리고, 보름여 만에 어머님은 천주님 곁으로 가셨다. 오리탕은 둘째 며느리가 어머님께 드린 마지막 식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