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손길도 분주해지고 있다. 노트북 화면에는 항공권과 숙소, 맛집, 지도, 환율 사이트가 빼곡히 열려 있다. 브라우저 창은 스무 개를 넘고 메모장에는 저장한 링크가 끝없이 쌓인다. 여행 일정을 짜느라 몇 시간을 보내던 순간, 옆에서 한마디가 들려온다. "아직도 그렇게 여행 계획 세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여행 준비의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여행 날짜와 예산, 동행만 입력하면 일정표부터 이동 동선, 맛집과 카페 추천까지 단 몇 초 만에 제안받는 시대다. '그래도 여행은 직접 찾아봐야 제맛이지.' 반신반의하며 '3박 4일 일본 여행 일정 짜줘'라고 입력했다.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오전부터 밤까지 짜인 일정표와 추천 동선, 식당 목록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 "수백 번 검색 대신 질문 한 번"
생성형 AI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드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여행 날짜와 예산, 숙소 위치,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동행 정보를 입력하면 일정표는 물론 이동 동선과 맛집, 카페, 예상 비용까지 한 번에 제안한다. 기본 일정이 완성되면 취향에 맞게 일부만 수정하면 된다 .
직장인 김가빈 씨(29)는 최근 일본 가족여행을 준비하며 AI 서비스 '클로드'를 활용했다. 항공권과 숙소 예약 확인서, 렌터카 바우처 PDF를 그대로 올리자 AI가 도착·출발 시간과 렌터카 픽업·반납 시간을 읽어 일정에 자동으로 반영했다.김 씨는 "바우처만 첨부했는데 픽업·반납 시간을 알아서 찾아 동선을 짜주고, '도착편이 빠듯할 수 있으니 입국심사를 마치면 바로 렌터카 카운터로 이동하라'는 팁까지 알려줬다"며 "예전처럼 예약 정보를 엑셀에 하나씩 옮겨 적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AI는 일본에서는 6세 미만 어린이의 카시트 착용이 의무라며 렌터카 예약 시 주니어 시트를 미리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또 료칸 조식 시간을 가장 이른 시간대로 예약하면 사파리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 안판만 뮤지엄은 사전 웹티켓을 구매하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 현지 여행 팁도 함께 제안했다.
◆ AI도 골라 쓰고, 섞어 쓴다
AI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여행 목적에 맞는 도구를 골라 쓰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실시간 항공권과 숙소 가격을 비교하거나 최신 여행 정보를 찾을 때는 검색 기능이 강한 AI를 활용하고, 여행 자료나 예약 확인서, PDF 문서를 한꺼번에 읽어 일정을 정리할 때는 문서 분석에 강한 AI를 쓰는 식이다. 예산 관리와 여행 경비 정산, 일정표 시각화 등은 별도 특화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강릉 여행을 다녀온 이은수 씨(42)는 먼저 ChatGPT에게 여행 일정 초안을 짜달라고 한 뒤, 결과를 Napkin AI에 입력해 마인드맵 형태로 다시 정리했다. 그는 "텍스트로만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림으로 바꾸니 이동 동선과 일정이 훨씬 보기 편했다"고 말했다.
AI는 여행 취향이 다른 일행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도 활용된다. 올여름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인 고등학교 동창 이인영·이규민 씨(35)는 각자 AI를 활용해 원하는 여행 일정을 만든 뒤, 두 결과를 다시 입력해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일정으로 조정해 달라"고 했다.이규민 씨는 "각자 원하는 것만 고집하면 일정 짜기가 어려운데, AI가 중간에서 적절히 섞어주니 서로 납득하기 쉬웠다"며 "예전 같으면 한참 이야기했을 일을 몇 분 만에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AI가 짜주지만, 확인은 사람 몫
생성형 AI가 여행 준비 시간을 크게 줄여주지만, 모든 정보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영업시간과 휴무일, 입장료, 환율, 항공권과 숙소 가격은 시기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이나 제도 변경처럼 날짜가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나 관련 기관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한 이용자는 AI가 일본 면세 제도 변경 시점을 안내해 그대로 믿고 여행을 준비했지만, 출국 전 세관 등 공식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행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여행 계획을 짜주고 정보를 찾는 데는 정말 편리했지만, 정책이나 날짜, 요금처럼 수시로 바뀌는 정보는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한다"며 "AI는 여행 준비를 도와주는 조력자이지, 최종 확인까지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AI는 여행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일 뿐, 최종 결정과 실행은 사람의 몫인 것이다. 개인정보 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항공권과 숙소 예약 확인서, 렌터카 바우처 PDF에는 이름과 예약번호, 결제 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 만큼 AI에 업로드할 때는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가리거나 삭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