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父 증거인멸 혐의 긴급체포…수사팀 부적절 접촉 의혹 잇따라
주소·비밀번호 제공부터 DNA 감식 누락까지…'경찰이 경찰을 수사할 수 있나' 논란
광주에서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한 장윤기 사건이 경찰 수사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 초기 경찰은 단순 살인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했지만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주요 증거 누락과 증거관리 부실, 피의자 가족에 대한 편의 제공 의혹이 잇따라 확인됐다.
특히 장윤기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인만큼 "경찰이 제 식구를 제대로 수사했느냐"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사건 담당 형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단순한 부실수사를 넘어 경찰 내부 유착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장윤기 父, 수사 상황 공유 정황
광주경찰청은 6일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경감은 지난 5월 5일 사건 직후 당일 범행에 사용된 SUV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범죄 증거물을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SUV와 장윤기 자취방의 '훼손된 리얼돌' 등 주요 증거를 실물 보존 없이 수사 초기 가족에게 인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장윤기 아버지가 현직 중간 간부급 경찰관으로 알려지면서 체포 후 송치까지 수사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는 감찰이 이뤄졌다. 경찰은 범죄 혐의 정황이 추가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A 경감의 혐의는 범죄 증거물의 직접 인멸 행위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동기 등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광주경찰청은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총 22명 규모의 전담팀을 편성해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 담당자 간 유착 의혹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하지만 광주경찰청 또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부터 감찰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착 의혹 수사 주체로서 적절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檢 보완수사, 경찰 수사 허점 여실히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된 상당수 사실은 경찰 수사가 아니라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금까지 경찰은 증거물 관리와 차량 반환 등을 모두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해 왔지만 정작 수사 책임자가 직접 증거를 훼손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장윤기 긴급체포 후 주거지 원룸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목·가슴 부위가 집중적으로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 리얼돌에서는 장윤기의 DNA가 검출됐고, 분석 보고서는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5월 14일로부터 약 나흘이 지난 뒤 경찰에 전달됐다. 경찰은 이때 보고서를 추가로 검찰로 전달했어야 했으나 누락했다.
특히 해당 리얼돌은 경찰이 실물을 보존하지 않은 채 가족에게 자취방을 인계하면서 결국 폐기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장윤기 부친에게 자취방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윤기가 피해 여학생 납치에 사용하려고 했던 도구로 지목된 SUV도 피해자 혈흔이 남겨진 상태 그대로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가족에게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차량 블랙박스 SD카드를 다시 확보했고 장윤기의 과거 휴대전화 여러 대가 부친에 의해 소각된 사실도 확인했다.
또 경찰이 장윤기와 부친 사이 통화를 여러 차례 연결해주고 수사팀과 부친 사이 수십 차례 통화가 있었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는 등 부실수사 의혹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던 경찰은 A 경감의 직접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나고 감찰조사가 공식 수사로 전환되자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며 태도를 바꾸면서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검찰은 장윤기 아버지와 경찰 수사팀 간 유착 등 비위를 직접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구무언' 국수본부장 "엄정수사 지시"
홍석기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은 해당 의혹을 둘러싸고 장윤기 부친인 장모 경감과 현지 수사팀의 유착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홍 본부장은 취임 후 6일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유구무언"이라며 "바로 수사 감찰을 동원했고, 감찰 중 수사 전환 필요성을 보고받아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명운을 걸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 국면에서 경찰의 부실수사 및 유착 의혹이 한꺼번에 불거지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이 직접 수사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어 홍 본부장은 "여러 우려하는 바가 있어서 형사 라인은 다 배제했다"며 반부패수사 전담 인력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증거 등이) 왜 누락됐는지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며 "수사감찰 통해 밝힌 내용을 포함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를 통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