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경북 청년 절반 "결혼하고 싶지만 지금은 못 한다"

입력 2026-07-10 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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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한 결혼식장.매일신문 DB
구미 한 결혼식장.매일신문 DB

경북 청년의 절반 이상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결혼은 늦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충분한 자산을 갖추기 전에는 결혼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 결혼을 전략적으로 미루고 있었다.

경북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가치관 변화가 아닌 노동시장과 주거환경, 사회적 비교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결과로 분석했다. 특히 저출생 예산의 75% 이상이 출산·육아에 집중된 반면, 청년 자립을 지원하는 예산은 0.35%에 그쳐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결혼은 시작이 아니라 완성"

연구진은 오늘날 청년들의 결혼을 '성과화된 결혼'으로 설명했다. 과거에는 결혼이 독립과 사회생활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학력과 취업, 주거, 경제력 등을 모두 갖춘 뒤에야 가능한 삶의 '완성점'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실제 경북 청년의 51.3%는 결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결혼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과 충분한 소득, 내 집 마련 가능성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인식했다.

심층 면담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31세 제조생산직 청년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계약직을 전전하다 29세가 되어서야 정규직이 됐다"며 "사회생활은 일찍 시작했지만 삶을 안정시키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33세 사무직 청년은 "혼수와 결혼식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이 든다"며 "최소한 7천만~8천만원 정도의 여유자금은 있어야 결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적 조건뿐 아니라 사회적 비교도 결혼을 늦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한 청년은 "아이들끼리도 '너희 집 어디냐', 'LH 임대주택 아니냐'고 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불안한 상태에서 결혼을 시작하기보다 차라리 미루는 편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 결혼 전 자립 예산 고작 0.35%

하지만 정책은 출산 이후에 머물러 있었다. 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생애주기별 저출생 대응 예산은 모두 7천944억2천8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육아 예산이 51.60%, 출산 예산이 24.03%로 두 분야가 전체의 75.63%를 차지했다.

반면 취업과 주거 기반을 마련하는 '결혼 전(성인 이행기 자립)' 예산은 27억5천700만원으로 전체의 0.35%에 그쳤다. 결혼 단계 예산도 4.00% 수준이었다. 결혼해야 출산도 가능하지만 정책은 이미 결혼한 부부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돼 있는 셈이다.

경상북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석 대상 저출생 대응 예산은 3억2천9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육아와 일부 자립 지원에 편성됐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한 장기적인 주거·일자리 기반을 지원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드레스샵. 매일신문 DB
드레스샵. 매일신문 DB

◆저출생 정책 전환 목소리

연구진은 청년들의 결혼 유예를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는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높은 주거비, 자산 형성의 어려움, 결혼 이후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발성 만남 행사나 결혼 비용 지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장기 주거 지원, 자산 형성을 돕는 금융 정책 등 '성인 이행기'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정민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결혼 유예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전략적 대응"이라며 "결혼 자체를 장려하는 정책보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고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저출생 해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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