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낭원투도(閬苑渝桃)'는 신선 낙원의 복숭아를 훔친 도둑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옷섶의 흩날림은 구름 위를 걷는듯하고, 큼지막한 복숭아를 오른손바닥으로 받치고 왼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보듬는다. 달큼한 냄새에 끌리는 듯 복숭아를 귀히 바라보는 눈빛이 주변을 살피는 듯하면서도 은근하다.
중국의 '한무고사(漢武故事)'에 복숭아 이야기가 나온다. 곤륜산 서쪽의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삼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를 한 무제(漢 武帝)에게 보냈다. 심부름하던 동방삭은 서른 개의 복숭아 중에서 세 개를 훔쳐 먹고 영생을 얻었다.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의 유래이다. 김홍도의 '낭원투도' 속 인물은 동방삭이 아니었다. 장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해 놓았다.
천도(天桃)는 '하늘의 복숭아'라는 뜻으로,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과일 '반도(蟠桃)'에서 유래했다. 신선의 열매라고 '선과(仙果)', 과일 표면에 털이 없는 게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승도(僧桃)'라고도 불렸다. 옛사람들은 복숭아는 신비한 효능을 가진 영약(靈藥)으로, 복숭아나무는 오행의 정기를 갖추어 사기(邪氣)를 진압하는 영목(靈木)으로 보았다.
예부터 잔칫상에는 복숭아와 복숭아 문양을 사용하여 장수와 복과 다산을 기원했다. 하지만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금했다.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쫓기에 조상신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집 안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는 이유이다.
복숭아의 맛은 달고 시며(甘酸) 성질은 따뜻하다(溫). 폐와 대장 경락에 작용하고, 윤장통변(潤腸通便)과 활혈화어(活血化瘀) 한다. 여름 과일의 대부분은 성질이 차가운 편인데, 복숭아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다. 복숭아를 미인에 빗대는 것은 따뜻한 성질이 혈(血)을 다스리고 건조함을 없애주어 여성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복숭아는 항암 효과가 탁월한데, 특히 유방암을 예방하며 유방암의 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간 기능 향상과 신경 안정을 돕고 담배의 니코틴을 상당 부분 배출시킨다.
고향 집 돌담 사이에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옆집에는 허리 꼬부라진 할매와 '도꾸'라는 하얀 개가 있었고, 우리는 그 집을 '도꾸할매네'라고 칭했다. 복숭아나무는 그야말로 눈을 희롱하며 도화살을 부렸다. 화르르 꽃 진 자리에 푸릇하던 열매가 맺히고, 그것이 불그스레 익어갈 때쯤 몇몇이 담장을 타고 나무에 기어올랐다.
누군가 도꾸할매 온다고 소리쳤다. 몇 개의 복숭아를 앞섶에 넣어 미끄러지듯 내려왔으나 할매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그날 저녁답에 도꾸할매와 엄마의 언성이 담장을 넘었다. "이웃 간에 조금 나눠 먹으면 좀 좋으냐, 막내가 앓아 누었다"는 엄마의 푸념이 길었다. 그 후로 도꾸할매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릉거리는 도꾸를 피해서 다녀야만 했다.
어린 날 복숭아털 알레르기에 앓아누워 식겁한 이후 아직도 털복숭아를 꺼리고 있다. 다행히 천도(天桃)가 있어 입맛을 다신다.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듣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어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듸오 나는 예인가 하노라-조식(曺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