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논둑과 개울가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흔히 "개굴개굴"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렇게 듣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머굴머굴"이라고 듣는다.정말 개구리는 "개굴개굴" 하고 우는 걸까? 아니면 "머굴머굴" 하고 우는 걸까?
흥미롭게도 옛사람들은 두 소리를 모두 인정했다. 1938년에 간행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는 '개구리'와 '머구리'가 모두 표준어로 올라 있다. 지금은 '개구리'만 표준어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두 이름 모두 널리 쓰였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표준어를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보존하는 데 표준어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투리는 문법에 맞지 않는 시골말이라는 편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언어학에서는 사투리를 어느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소중한 지역어로 본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언어유산인 셈이다.
개구리의 사투리를 살펴보면 지역마다 이름이 무척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머구리, 개고리, 멱장구, 갈개비 등이 있다.
먼저 머구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머굴머굴'로 들은 데서 생긴 이름이다. '머굴'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머구리'가 만들어졌다. 이 말은 1463년 『법화경언해』부터 19세기 초 『물명고』까지 문헌에서 확인된다. 함경도 지역에서 특히 많이 쓰였고, 전남에서는 '머거리'라는 형태도 나타난다.
경북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말이 등장한다. 바로 앙마구리와 엉머구리이다. '악머구리'라는 말이 발음 변화로 '앙마구리', '엉머구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개구리인데도 지역에 따라 이름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다.
현재 표준어인 개구리도 원래는 '개고리'였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개골개골'로 듣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개골'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개고리'가 되었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개구리'로 바뀌었다.
문헌을 보면 '개고리'는 1576년 『신증유합』과 1690년 『역어유해』에 나타나며, '개구리'는 1748년 『동문유해』 이후 확인된다. 현재도 지역에 따라 '개고리', '깨구리', '꽤구리' 등 여러 형태가 남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오늘날 국어사전에서는 '머구리'를 단순히 '개구리의 사투리'로 설명한다. 하지만 『동의보감』에서는 머구리와 개구리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한다. 머구리는 몸집이 큰 종류, 개구리는 작은 종류로 기록되어 있다. 옛사람들은 울음소리뿐 아니라 생김새까지 구별했던 것이다.
평안도에서는 개구리를 멱장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멱을 감다'의 '멱'과 '물장구'의 '장구'가 합쳐진 말이다.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헤엄치는 개구리의 모습을 그대로 이름에 담아 놓았다.
제주에는 갈개비라는 독특한 이름이 있다. '갈'은 옛말로 '물'을 뜻하고, '개비'는 벌레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갈개비는 '물에 사는 벌레'라는 의미가 된다. 지금도 '가람'이나 '걸' 같은 옛말 속에서 '갈'이 물을 뜻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개구리'라고 부르는 동물 하나에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름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은 '개굴개굴'을 들었고, 어떤 사람은 '머굴머굴'을 들었다. 또 어떤 사람은 헤엄치는 모습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은 물에 사는 작은 생물이라고 생각했다.
사투리는 단순히 표준어와 다른 말이 아니다. 지역 사람들의 귀와 눈, 그리고 삶의 방식이 오랜 세월 쌓여 만들어 낸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sinswon5@hanm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