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원 옆 주차난을 해결해 달라", "휠체어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대구시의 시정을 이끌 '시장'이 누구일지도 중요하지만, 각 구군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시의원과 기초단체장의 공약도 쉽게 볼 게 아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제안들이 적지 않았다. 대형 개발사업이나 광역 현안처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더 절실한 문제들이었다.
이런 제안들은 선거가 끝나면 가장 먼저 잊힌다. 지역 전체를 뒤흔드는 현안이 아닌 만큼 관심도 적고, 낙선자의 공약이라면 행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구 9개 구·군 시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이 내놓은 생활밀착형 공약을 모아봤다. 후보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 어떤 선거에 출마했는지보다는 공약이 제기한 지역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이름만 표기했다.
◆ 사회적 약자까지 품은 중구·북구
중구에서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 불편을 해결하려는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김혜진 후보는 골목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중구형 마을버스' 도입과 중저가 공공 실버타운 확충을 공약하며 교통·노인 주거 문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교통 공약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오영준 후보의 공약과도 맞닿아 있었다. 오 후보 역시 12개 동을 촘촘히 연결하는 '중구형 마을버스'를 도입해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나란히 같은 해법을 내놓았다는 점은 중구의 교통 공백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구 석혜영 후보는 누구보다 동네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주민의 힘을 빌려 만드는 '베리어프리 동네지도' 정책 등 생활 속 이동권 개선 공약을 내세웠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소 내에 휠체어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해 휠체어 관리를 돕는 정책도 덧붙였다.
또 석 후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알림 스마트 초인종 지원을 약속했다. 비슷한 정책은 북구에서도 등장했다. 북구 최우영 후보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구를 위해 화재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가구별 IoT 안전 플랫폼' 설치를 제안했다.
기존 안심홈 사업은 1인 가구 여성이나 한부모 가정 등 주거 안전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각종 치안 및 잠금장치를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후보들은 대상자를 넓히는 동시에, 장애인도 치안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놨다.
또 북구에서는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방식의 공약이 제시됐다. 김규학 후보는 동마다 주민이 참여하는 '1동 1현안 신속민원단'을 구성해 생활 불편을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창한 사업보다 작은 민원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약이다.
◆ 남구·서구, 구 맞춤형 공약
남구 이정현 후보는 경사가 많은 남구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대구형 워킹 스쿨버스' 도입을 제안했다. 아동 안전과 노인 일자리, 공동체 회복을 함께 겨냥한 공약이었다.
이도겸 후보는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위해 어르신 영정영상 촬영 지원과 함께,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동물병원비 지불보증 부담 완화 등을 약속했다. 행정이 미처 살피지 못했던 생활 영역을 정책 대상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정책은 다른 구군에서도 볼 수 있었다. 동구 양희 후보는 동물 보건소를 설치하고 동물의 공영장례비를 지원하겠다는 독특한 공약을 내놨다.
동구 박동규 후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약을 내놨다. 동구 인구의 약 3분의 1이 65세 이상인 가운데,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며 면허 반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 후보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자에게 일회성 보상 대신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복지카드 도입을 약속했다.
도근환 후보는 특정 도로와 시설을 직접 지목하며 주민 불편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그는 아양로 노상주차장 26면 전면 무료화와 강촌육교 철거를 공약으로 내걸어, 특정 도로와 시설을 직접 지목하며 주민 불편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서구에서는 재개발과 도시정비 사업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생활환경 개선에 집중한 공약도 있었다. 이주한 후보는 두류네거리에 횡단보도를 재설치해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방호울타리를 추가로 설치해 아이들의 등하교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 독거노인 맞춤형 수성·달서구
수성구에서도 대규모 개발보다 생활밀착형 공약이 제시됐다. 황기호 후보는 화랑공원 일대 주차난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고, 김삼조 후보는 천을산과 욱수골 등산로의 유지 관리를 다짐했다. 특정 공원과 생활권을 대상으로 한 '핀셋형' 공약이었다.
늘어나는 독거노인 인구에 대한 해결책도 나온다. 2023년 기준 대구광역시 노인등록통계에 따르면, 대구 전체 노인(46만2천548명) 중 독거 노인은 10만9천18명으로, 전체 노인의 23.6%에 달했다. 이 중 80세 이상이면서 1인 가구인 이들의 숫자는 3만1천621명에 달하는 등 독거노인의 수가 상당한 상태다.
이에 따라 수성구의 박정권 후보와 달서구의 김성태 후보는 '그냥 해드림 센터'를 설치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형광등 교체나 수도 고장 등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즉시 무상으로 해결해 주는 도시를 꿈꿨다. 또 달서구 차우미 후보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청소를 지원하는 '깔끔이 청소 서비스'를 통해 독거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 교통과 일상복지 잡은 달성·군위군
달성군에서는 교통 취약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공약이 눈길을 끌었다. 김소형 후보는 거점 병원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맞춤형 '효도 의료 셔틀' 운행을 제안했다.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군 지역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군위군에서는 신공항과 관광단지 조성 등 대형 개발사업이 선거판을 주도했지만, 일상 복지에 집중한 공약도 있었다. 정유석 후보는 치매안심센터 야간 운영과 초등 돌봄 야간 연장을 약속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맞벌이 가정과 돌봄 부담을 안고 있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다.
◆ 당선자는 인프라 집중
흥미로운 점은 당선자와 낙선자가 바라본 지역의 시선 차이다. 낙선 후보들이 마을버스, 공원 주차난 등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파고든 반면, 당선자들은 도시 경쟁력 강화와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마을 단위' 대중교통 정책이 다수 나온 중구에서 승기를 쥔 건 인프라 확충 공약을 내놓은 이들이었다. 공영주차장 500대 확보 및 1천여 대 추가 조성, 대경선 원대역 조기 완공 등을 교통 관련 주요 공약이 당선으로 이끌었다. 또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개발 지원'이라는 다소 거시적인 산업 육성 공약도 핵심이었다.
또 당선자들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거시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달서구의 경우 대구시 신청사의 차질 없는 완공, 중구는 스마트 시티 완성 등의 개념이 등장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선거 결과와 함께 사라진 생활밀착형 공약들은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불편해했고, 후보들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기록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