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사전 등재돼있지 않은 글자
선락노인·선객노인 등 의견 분분
"중국전각대자전 이슬 로(露)와 비슷하고
수려한 서체 일컫는 '선로명주' 의미 담은 것"
오동섭 경북대 명예교수, 논문 통해 주장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으로 알려진 보물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속 자호(自號)를 두고 새로운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오동섭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백산서법연구원장)가 최근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불이선란도의 하단 화제(畵題) 중 자호로 쓴 '선?노인(仙?老人)'은 그간 여러 출판물에서 각각 다르게 표기돼왔다. (해당 글자는 아래 사진 참고)
오 원장은 논문을 통해 "최완수는 '추사명품'에서 '선락노인'으로, 김종헌은 '추사를 넘어'에서 '선객노인'으로 읽는다"며 "유홍준 역시 '완당평전 2'에서 '선객노인'으로 표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판독이 엇갈려온 데 대해, 비 우(雨) 자와 각 각(各) 자로 구성된 해당 글자가 한국에서 출판된 어떤 한자사전에도 등재돼있지 않고, 추사가 작품에서 한자 획을 생략하거나 약자를 자주 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 원장은 추사가 해당 단어를 '이슬 로(露)' 자의 약자로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가 중국전각대자전에서 찾은 '이슬 로(露)'의 자형이 해당 글자와 비슷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한 그는 '선로노인(仙露老人)'이라는 자호에 대해 "선로는 '신선이 내려주는 이슬' 또는 '신선이 마시는 이슬' 등을 의미하지만, 여기에 명주(明株)가 더해져 선로명주, 즉 사람의 풍모나 서법이 원숙해 글씨체가 수려함을 비유하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말은 당 태종이 쓴 '삼장성교서'에 인도 유학에서 불법을 통달한 현장법사의 성품과 업적을 칭송하는 문장에 처음 등장한다. 추사는 서예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이 서첩을 공부하며 '선로명주'의 의미를 새겼을 것이며, 만년까지도 선로명주가 되고자 이 말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이러한 뜻을 이해한다면 '선로노인'이 과연 추사다운 자호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비록 문자 하나에 불과하지만, 추사의 높은 학식과 예술감각을 담은 그의 작품의 품위가 더욱 고조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이선란도'는 추사가 말년에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선물한 작품으로, 문인화의 경지를 보여준다.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며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어 2023년 보물로 지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대구에서는 최초로 공개돼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