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회화로 표현한 포도
7월 12일까지 갤러리 어바웃
빛을 받아 반짝이는 과육의 탱글함이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껍질에 맺힌 물방울은 싱그러움을 더하고, 하얗게 덮인 과분에서는 달콤한 향이 배어나오는 듯하다.
김대연 작가는 20여 년간 포도를 소재로 극사실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그의 작품은 빛과 공기, 시간의 흐름, 나아가 자연의 결실이 가진 경이로움까지 담아낸다.
그가 포도를 택한 건 "극사실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살구, 매실 등 다양한 과일을 그려봤지만 포도는 유독 과분이 발린 표면이나 손길이 닿은 느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
"오랜 시간 포도를 그려오다보니, 질리지 않냐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저는 포도의 종류나 구도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최근에는 배경에 빛을 넣거나 바닥에 반영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죠. 꾸준하게 변화를 주며 재미를 느꼈기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사진을 촬영해 똑같이 그렸지만 이제는 캔버스에 옮길 때 포도 알맹이의 크기나 구도 등을 고려해 조화롭게 재배치한다. 촬영할 때도 그저 포도를 놓고 찍는 것이 아니다. 인물화를 그릴 때 그 사람에게 받은 인상이 반영되듯, 촬영할 때 인상이 강하게 남을수록 좋은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껍데기만 그리는 게 아닌가, 좀 더 생명력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과즙을 생각하게 됐다"며 "붉은 포도나 청포도는 껍질이 투명해서 과즙의 느낌이 더 살고, 흑포도는 좀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맹이 사이의 공간감을 주기 위해 외곽의 힘을 조절해야 하고, 물방울을 얹어서 생기를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캔버스 가득 포도를 채우다가, 지겨워져서 이제 여백 부분에 나뭇가지나 햇살을 넣기도 한다"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포도 시리즈와 함께 풍경 시리즈도 볼 수 있다. 포도를 그리다 기분전환용으로 한 점씩 그렸던 그림들이다.
특히 그가 그리는 풍경은 근경을 생략하고, 대신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가까이 끌어당겨 담아낸다. 작가는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답지만 실제 가보면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있다. 인생하고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새벽 혹은 노을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불필요한 색이 걸러지고 초현실 같은 느낌의 색감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를 옮기는 것에서 극사실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담고 싶어요. 그것이 20년 간 구축해온, 저만의 극사실 회화입니다."
그의 작품은 수성구 중동에 위치한 갤러리 어바웃에서 7월 12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