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선·후배,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사이
성격, 일하는 스타일도 잘 맞아 '초미니 실무형'
더 이상 공직에 대한 미련 없어 "오직 대구 위해 봉사"
"고려대 선·후배 관계인데, 학창시절에는 서로 잘 몰랐죠. 2018년 추 당선인이 달성에 출마할 때, 달성 현풍과 다사에 2번이나 지원유세도 갔죠. 개인적으로는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친한 사이입니다. ㅎㅎㅎ"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지난 5일 아침에 곽대훈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오후 4시쯤 함 만나시죠. 2·28 기념사업회 사무실로 찾아가겠습니다."
이날 오후 만남에서 추 당선인은 정중하게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을 맡아 주기를 요청했고, 곽 회장은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그 자리를 수락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둘은 성격부터 일하는 스타일 등 척척 맞다. 8일 인수위 현판식을 시작으로 본격 업무가 시작됐다.
◆"내 마지막 꿈이 대구시장인데…."
곽 위원장은 일생의 마지막 공직으로 대구시장을 꿈꿨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하면서 그 꿈은 서서히 멀어져갔다. 무소속 출마까지 강행했지만 낙선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또다른 사명이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운동 중앙회 회장에 이어 현재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제가 사실 국회의원 3선 후 대구시장에 도전하려 했습니다. 그 꿈을 이룬 건 제가 아니라 추경호 당선인입니다. 사실 부럽기도 합니다. 한편 잘된 일이죠. 모든 것은 시대적 흐름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구 현안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에 추 당선인을 위해 열심히 도와야죠."
추 당선인과의 일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척척 맞아 들어간다. 인수위 규모도 '초미니 실무형'으로 출범시켰다. 대구시 각종 현안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향후 2주 내에 인수위 주요 임무를 정리한 후 이달 말까지 대구시정에 관한 업무 인수·인계를 완성할 계획을 짜고 있다.
현재 인수위에는 추 당선인 측에서 한동엽 공보실장, 하중환 대변인, 이은정 정책실장이 참여했고, 대구시에서는 김정기 행정부시장, 오준혁 기획조정실장, 안중곤 행정국장, 한응민 정책기획관이 들어갔다. 추 당선인과 곽 인수위원장은 "직접 실무까지 챙기겠다"고 효율적인 일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전임 시장 때 문제점 개선에 주력
"전 시장 때 드러난 여러 가지 대구시정의 문제점을 시정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TK 신공항,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시 신청사 건립 등 굵직한 현안 사업들은 거의 다 지지부진하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행복진흥원 등 무리한 기관 통폐합으로 인한 부작용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전 시장은 당선 후 3년 동안 본인 스타일대로 시정을 이끌다 1년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를 했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다보니, 대구시의 각종 현안을 강력하게 추진할 원동력이 약했다. 김 권한대행은 사실상 그동안 해오던 일을 잘 관리하고, 수습하는 일에 주력했다.
추 당선인의 인수위는 기본적으로는 전 시장들이 잘한 일들은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운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전 시장 본인의 대권 가도(중앙 정치에 관여) 를 위해 독선적인 운영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 참여와 소통 쪽으로 시정 방향을 바꾼다는 방침이 섰다.
곽 위원장은 "공정한 인사관리도 필요하고, 무리한 예산 삭감도 없어야 하며, 문화예술 쪽도 부흥시켜야 한다"며 "특히나 고층 아파트 때문에 망가진 도심 경관(스카이라인)을 살릴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8올림픽 조직위 사무관 "큰 보람"
곽 위원장의 공직 생활은 40년이 훌쩍 넘었다. 행정고시 합격 후 달서구 부구청장을 하다 선출직인 달서구청장에 도전해 3선, 국회의원 초선에 새마을운동 중앙회 회장을 거쳐 현재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누가봐도 국가 발전과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왔음을 그 이력이 증명하고 있다.
그런 삶을 살아왔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대뜸 물었다. "언제가 가장 보람이 있었죠?",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구청장, 국회의원 시절이 아니구요. 행정고시 합격 후 1985년부터 89년까지 88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할 때입니다. 경기 기획을 담당했는데, 올림픽 기간(16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곽 위원장은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88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전환의 기회였고, 우리나라는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며 "고생하면서, 참 많은 일들을 배웠고, 성공적인 개최 이후 마음 한켠에 이 나라에 대한 뿌듯함과 공직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고 특유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구시민의 바람 잘 읽어야 '성공'
곽 위원장은 추 당선인이 다음달에 취임하면, "대구시민들의 바람을 잘 읽어야 성공한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대구시민들은 집권 여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예산 전폭 지원)보다는 '미워도 다시 한번, 그래도 야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당 심판론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을 잘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과 이진숙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이 대구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현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인사'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김부겸 바람이 거셌지만, 결국 보수의 심장은 파란색 물결에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만큼 대쪽 같은 시장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그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 용지 부족 등 부정 선거 논란을 자초한 중앙선관위에 대해서도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번 기회에 선관위를 거의 해체 수준에서 다시 개편하고,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관리하도록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곽 위원장은 이달 말에 인수위원장으로서의 사명을 끝내고, 다시금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 자리로 돌아온다. 그는 "더이상 공직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대구를 위해 한없이 봉사하려는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