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수다]대구 남자에 반한 일본 아내들

입력 2026-06-19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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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男·일본女 국제결혼 '급증'…일본인, 한국 호감도 7년 만에 두 배

미야기현 출신 유카리(46, 왼쪽) 씨와 사이타마현 출신 도모미(49) 씨가 달서구 죽전동 장미꽃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대구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의 입에서
미야기현 출신 유카리(46, 왼쪽) 씨와 사이타마현 출신 도모미(49) 씨가 달서구 죽전동 장미꽃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대구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의 입에서 "연애할 때랑 지금까지 하나도 변함없이 자상해요" 라며 남편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오카에리나사이(おかえりなさい·다녀오셨어요)~"

퇴근한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일본 아내가 환하게 웃으며 맞이한다. "이렇게 일본어로 인사하면 남편이 꼭 따라 해줘요. 그게 또 귀엽고요."

미야기현과 사이타마현에서 각각 대구로 시집 온 두 여성의 입에서 남편 칭찬이 쏟아졌다. "같이 걸을 때 남편은 항상 차도 쪽으로 걷고, 저를 안쪽으로 걷게 해요.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 나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남편이 돌아오는 저녁이라는 두 사람. 대구 남자와 결혼한 일본 아내들의 달콤한 수다가 시작됐다.

미야기현 출신 유카리(46, 오른쪽) 씨와 사이타마현 출신 도모미(49) 씨가 달서구 죽전동 장미꽃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대구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의 입에서
미야기현 출신 유카리(46, 오른쪽) 씨와 사이타마현 출신 도모미(49) 씨가 달서구 죽전동 장미꽃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대구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의 입에서 "연애할 때랑 지금까지 하나도 변함없이 자상해요" 라며 남편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연애할 때랑 하나도 변함없어요"

15년 전 일본 동북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3살 연상 대구 남자를 만나 결혼한 유카리(46) 씨는 남편 자랑이 끝이 없었다. "연애할 때랑 지금까지 하나도 변함없이 자상하게 잘해줘요. 세월이 흘러도 나를 사랑해 주는 남편에게 늘 든든함을 느껴요." 처음엔 몇 마디 한국어밖에 몰랐던 그는 이제 한국어능력시험(TOPIK) 6급(최고 등급) 실력자다. 길에서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거의 한국인이 다 됐다.

9년 전 사이타마현에서 대구로 시집 온 도모미(49) 씨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한번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자세, 가족을 지키려는 힘과 책임감을 결혼하고 나서 발견했어요." 잠시 멈추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남편은 5살 연하인데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귀여워요. 출근하기 전에 '자기야 사랑해, 갔다 올게' 인사를 꼭 하거든요."

일본 여성들이 한국 남성에게 끌리는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초식남으로 불리는 일본 남성에 비해 따뜻하고 자상하다. 연애를 적극적으로 리드한다. 가족과 부모님을 중요하게 여기고 배려심도 깊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벤트와 선물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이미지도 한 몫한다. 군 복무를 통해 형성된 건강하고 믿음직스러운 인상 역시 빠지지 않는 매력 포인트다.

한국 남성들이 일본 여성에게 끌리는 이유도 분명했다. 결혼 3년차인 김성호(34·가명) 씨는 "집안 배경이나 연봉보다 나를 평생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봤다"며 "가정적이고 절약 정신이 몸에 배었고, 애교도 많아 함께 있으면 편안하다"고 말했다. 화려함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일본 여성의 생활 방식이 한국 남성의 마음을 움직인 것.

다만 최근 일본 여성의 결혼관은 달라지고 있다. 일방적인 헌신보다 서로의 사생활과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파트너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 남성에게 기대하는 것도 드라마 속 낭만만이 아니다. 존중과 신뢰, 그리고 대등한 관계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천483건으로 전년 대비 26.1% 급증해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인의 한국 호감도는 2018년 20.0%에서 2025년 42.2%로 7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섰다. K팝·K드라마·K푸드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이 혼인 증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가데이터처·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천483건으로 전년 대비 26.1% 급증해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인의 한국 호감도는 2018년 20.0%에서 2025년 42.2%로 7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섰다. K팝·K드라마·K푸드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이 혼인 증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가데이터처·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한국 男·일본 女 혼인 2년 연속 급증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천483건이다. 전년(1천176건) 대비 26.1% 급증했다. 전년도에 이미 40%를 넘어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2년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의 혼인도 190건으로 전년(147건) 대비 29.3% 뛰었다. 한일 양방향 혼인이 동시에 늘고 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체 국제결혼은 2만1천 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30.5%)·중국(16.1%)·태국(12.5%) 순이었다. 그 안에서 일본인과의 혼인만 유독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일 관계의 변화가 혼인 통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미야기현 출신 유카리(46, 왼쪽) 씨와 사이타마현 출신 도모미(49) 씨가 달서구 죽전동 장미꽃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대구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의 입에서
미야기현 출신 유카리(46, 왼쪽) 씨와 사이타마현 출신 도모미(49) 씨가 달서구 죽전동 장미꽃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대구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의 입에서 "연애할 때랑 지금까지 하나도 변함없이 자상해요" 라며 남편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일본인, 한국 호감도 7년 만에 두 배…K컬처가 사랑을 불렀다

혼인 증가의 배경에는 양국 간 호감도 상승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도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한국 호감도는 42.2%다. 2018년 20.0%에 불과했던 수치가 7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섰다. K팝·K드라마·K푸드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이 문화적 호감을 넘어 삶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별 해외 취업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취업자는 2천257명으로 전년(1천531명)보다 47.0% 증가했다. 취업·유학·결혼으로 이어지는 한일 간 인적 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민간 차원에서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호상 인연애 반하다 대표는 "한일 사랑의 오작교를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켜 지금까지 17쌍의 커플이 탄생했다"며 "결혼에 이른 성혼자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단체·개별 미팅 프로그램으로 만나 평균 3개월에서 1년 만에 결혼에 골인한 이들을 위해 대구에서 연 1~2회 성혼자 모임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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