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 몸처럼 가꾼 참외하우스…"환경·고소득 두 마리 토끼"

입력 2026-06-02 14: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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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들녘에서 수억대 대박 터뜨리는 선도 참외농가의 비밀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 구봉섭 씨가 참외하우스 고랑에서 폐참외를 줍고 있다.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 구봉섭 씨가 참외하우스 고랑에서 폐참외를 줍고 있다.

한때 전국적 모범 사례로 꼽혔던 경북 성주군의 '클린성주' 운동이 시들하면서 성주 들녘 곳곳에 폐농자재와 농업폐기물이 다시금 방치되어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 '성주참외'의 청정 이미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기 집 안방은 매일 닦으면서, 돈 벌어주는 들녘은 왜 쓰레기장으로 만들까?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들녘을 내 몸처럼 가꾸며 환경과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도 농가도 있다. 쓰레기를 치웠더니 오히려 생산성이 오르고 고소득으로 이어졌다는 세 농가를 찾았다.

◆"정리는 곧 생산성"…'스마트 환경' 구축한 구봉섭 씨
초전면에서 대규모 참외하우스를 짓는 구봉섭 씨 농장은 믿기지 않을 만큼 정갈하다. 하우스 주변 어디를 봐도 버려진 폐농자재나 영농폐기물이 없다.

구 씨는 환경 관리가 곧 '돈'이라고 했다. 그는 "하우스 주변에 폐농산물이나 폐농자재를 쌓아두면 그게 다 병해충의 온상이 된다"면서,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농약 값이 대폭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의 참외 매출 규모는 성주군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구 씨의 노하우는 '당일 수거, 즉시 처리'다. 작업 중 나오는 폐기물은 하우스 뒤편에 지정된 분리수거함에 즉시 넣는다. 그는 "비상품 참외 외에 조무레기 참외도 수매를 해주면 들녘이 훨씬 깨끗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웃 농민은 "그집(봉섭 씨) 농장은 언제 봐도 모델하우스 같다"며 "처음엔 유별나다 생각했는데, 참외 품질 좋고 병해충 없는 걸 보고는 나도 따라 하우스 주변부터 치우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성주군 성주읍 한 참외농장 앞. 나무랄데 없이 깨끗하다.
성주군 성주읍 한 참외농장 앞. 나무랄데 없이 깨끗하다.

◆ "외국인 근로자 교육이 핵심"…'시스템 농업'의 A(선남면) 씨
선남면 참외 농민 A 씨는 라오스 출신 외국인 근로자와 일한다. 농장 청결의 비결을 묻자 '근로자 교육'을 첫손에 꼽았다.

많은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와의 언어장벽 때문에 폐기물 방치를 묵인하곤 하지만, A 씨는 달랐다. 작업 시작 전 10분, 들녘 청소를 업무 프로세스에 공식 편입시켰다.

그는 "근로자들에게 '성주참외는 세계 최고고, 당신은 최고의 과일을 만드는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심어준다"며, "쓰레기가 뒹구는 곳에서는 좋은 과일이 나올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그림으로 된 분리배출 매뉴얼을 만들어 하우스마다 붙여뒀더니, 이제는 제가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치운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케오분탄(28) 씨는 "사장님이 깨끗한 환경에서 일해야 건강하다고 항상 말한다. 농장과 숙소가 깨끗하니 일할 맛도 나고, 내가 키운 참외가 최고 가격을 받을 때 정말 기쁘다"고 했다.

A 씨는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이는 자연스레 참외의 정품률 상승과 고소득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성주군 초전면 참외농민 여상한 씨 부부가 작업장을 쓸고 닦고 있다.
성주군 초전면 참외농민 여상한 씨 부부가 작업장을 쓸고 닦고 있다.

◆ "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친환경 장인' 여상한(초전면) 씨
초전면에서 수십년 참외를 키워온 여상한 씨에게 들녘은 '삶의 터전'이자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그의 농장 주변은 잡초 하나 없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여 씨는 클린성주 정책이 퇴색해가는 현실에 누구보다 가슴 아프다.

그는 "농민은 땅의 은혜를 입고 사는 사람이고, 땅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들녘 관리의 시작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농업인의 '마음가짐'과 '염치'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 씨는 영농 자재를 구매할 때부터 폐기 처리가 쉬운 친환경 자재를 우선 선택하고, 매주 주말을 '들녘 정화의 날'로 정해 가족들과 함께 농장 주변을 대청소한다.

성주군 관계자는 "진정한 선도 농가는 단순히 참외만 잘 키우는 게 아니라, 성주참외 브랜드의 품격을 올린다"며 "이들의 노하우가 지역 전체로 확산되어야 명품 성주참외의 지위를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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