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도 함께…강아지 때문에 회사를 골랐다 [반려동물]

입력 2026-06-20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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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동반출근 기업에서 직원들과 함께 근무 중인 반려견
반려동물 동반출근 기업에서 직원들과 함께 근무 중인 반려견 '나무'. 회의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침 9시 30분. 직장인 김나라 씨(30)가 집을 나선다. 남들보다 여유로운 출근 시간이라지만 아침은 늘 바쁜 법이다. 노트북 가방을 챙기느라 분주한 그의 뒤로 작은 발소리가 따라붙는다. 반려견 '나무'다. 목줄을 채워주자 기다렸다는 듯 꼬리를 흔들고 제일 먼저 현관 앞에 자리를 잡는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김 씨의 출근길에는 늘 나무가 함께한다.

반려동물 1천500만 시대. 바야흐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다. 함께 밥을 먹고, 카페를 찾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고 근무시간을 보내는 직장 문화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적인 여가 시간을 넘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업무 공간까지 반려동물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혼자 두고 출근할 생각하면 끔찍"

나무는 상주시 보호소에서 구조된 유기견 출신이다. 어미개와 함께 논에서 발견된 뒤 보호소를 거쳐 새 가족을 만났다. 추정 생일이 4월 5일 식목일이라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나무'로 지었다. 어릴 때 가족을 만난 덕분에 특별한 트라우마는 없지만 원래 성격 자체가 예민하고 겁이 많은 편이다. 보호자가 집을 비우면 밥도 먹지 않고 배변까지 참을 정도다.

보호자 곁에 바짝 붙어 잠든 반려견
보호자 곁에 바짝 붙어 잠든 반려견 '나무'. 나무는 분리불안이 심한 편으로 보호자와 함께 출근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다.

김 씨가 현재 직장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입사 전부터 반려동물 동반출근이 가능한 회사라는 점을 알게 됐고, 나무를 오랜 시간 혼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김 씨는 "상경해서 하루 종일 나무를 집에 두고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입사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죄책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나무를 혼자 두고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회사에서도 계속 걱정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는 삶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다. "강아지를 위해 내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내 일을 위해 강아지를 희생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의미다"라며 "언젠가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라도 혼자 두었던 시간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게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 직장견 나무의 하루

사무실에 도착한 나무는 가장 먼저 팀장 자리로 향한다. 매일 챙겨주는 간식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간식 타임이 끝나면 나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김 씨는 "사회생활 해보면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듯 강아지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나무는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이어 "겁이 많은 편이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대부분 제 책상 옆에 앉아 쉰다"며 "회의를 하러 가거나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껌딱지처럼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가끔 심심할 때면 직원들에게 개인기를 보여주고 간식을 얻어먹기도 한다. 종이컵 노즈워크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무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여러 직원들이 반려견과 함께 출근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나무처럼 보호자 곁에 머무는 강아지도 있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반려동물을 챙긴다. 외근이 생기면 대신 돌봐주기도 한다.

김 씨는 "업무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서로 맡아주겠다고 할 정도"라며 "아이 하나를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처럼 강아지 한 마리를 회사 전체가 함께 돌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무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여러 직원들이 반려견과 함께 출근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나무처럼 보호자 곁에 머무는 강아지도 있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반려동물을 챙긴다. 외근이 생기면 대신 돌봐주기도 한다.
나무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여러 직원들이 반려견과 함께 출근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나무처럼 보호자 곁에 머무는 강아지도 있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반려동물을 챙긴다. 외근이 생기면 대신 돌봐주기도 한다.

◆ 배려와 책임으로 유지되는 동반출근

물론 반려동물 동반출근이 마냥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비반려인 직원도 있고, 동물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입사 전부터 동반출근이 가능한 회사라는 점이 충분히 공유돼 있었고 회사 자체가 반려동물 친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며 "다들 이해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려인들이 배려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배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외 배변을 시키거나 매너벨트를 착용한다. 간혹 배변 실수가 발생하면 사내 메신저를 통해 알리고 보호자가 즉시 처리한다.

김 씨는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려인들의 책임도 중요하다"며 "동반출근 문화가 유지되려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수"라고 말했다.

◆ 반려동물도 가족… 직장 문화도 변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장 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동반출근뿐 아니라 반려동물 장례휴가, 돌봄휴가, 입양 지원금, 반려동물 생일 축하금 등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내에 반려동물 돌봄 공간이나 강아지 유치원을 마련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조수현(26) 씨는 "예전에는 연봉과 복지만 봤다면 요즘은 반려동물 친화 여부를 따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업무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동물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김 씨 역시 이런 시선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지는 않을 수 있고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막상 지내보면 강아지들도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인간과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회사가 동반출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직장 문화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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