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고립, 경북은 질병… 노년 건강의 두 얼굴 [데이터로 보는 세상]

입력 2026-06-27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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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구암리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뇌 활성화에 도움 되는 치매 예방 체조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영천시 구암리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뇌 활성화에 도움 되는 치매 예방 체조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와 경북 지역 노인들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운대학교가 질병관리청 '2023년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해 대구, 경북, 부산 지역 65세 이상 노인 16,931명의 건강 실태를 분석한 결과, 대도시와 광역·농촌 지역 간의 뚜렷한 건강 격차가 확인됐다

◆활동적인 경북의 아이러니

경북 노인들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몸을 많이 움직였다. 주간 신체활동량은 평균 328.06분으로 조사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친구·이웃과의 교류 수준을 의미하는 사회적 관계망 점수 역시 19.70점으로 가장 높았다.

논밭일·마을 공동체 문화·경로당 중심 생활 등 농촌 특유의 생활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북 농촌 지역에서는 "집에만 있는 날이 거의 없다"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밭일을 하고, 이웃 집에 들르고,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 자체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된다.

하지만 경북 노인들의 질병 경험은 더 많았다. 의사 진단을 받은 질병 경험 점수는 0.79점으로 조사 지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건강지식 수준은 7.51점으로 가장 낮았다. 몸은 가장 많이 움직이는데, 정작 만성질환 예방이나 관리에 필요한 정보 접근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농촌 지역 특유의 의료 접근성 한계를 원인으로 꼽았다. 읍·면 지역은 의료기관이나 보건 자원이 부족하고, 디지털 정보 접근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혼자 운동 안 한다"… 대구 노인의 고립

반면 대구 노인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주간 신체활동량이 평균 184.61분으로 조사 지역 중 가장 낮았다. 사회적 관계망 점수 역시 16.96점으로 가장 낮아, 친구나 이웃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특유의 '혼자 사는 노년' 풍경이 데이터에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대구에 사는 80대 채양금 씨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혼자 나가기 귀찮다"며 "아는 사람이 없으니 집에만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경북 농촌처럼 자연스럽게 몸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구조가 약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대구 노인들의 '건강 자신감'은 더 높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평가한 주관적 건강 수준은 대구가 2.86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신건강 지표 역시 가장 양호했다. 안전벨트·헬멧 착용 등 안전의식도 대구가 더 높았다. 연구진은 대구의 촘촘한 의료 인프라와 보건 정보 접근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구 달서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 앞 마당에서
대구 달서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 앞 마당에서 '건강100세 행복달서 걷기대회'에 참가한 노인들이 산책 전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 "운동하라"보다 "함께 나오게 하라"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노인 건강 문제를 단순히 개인 습관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같은 노년이라도 어떤 지역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건강의 모습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구에는 '운동 모임 기반 커뮤니티'를, 경북에는 '찾아가는 건강교육'을 각각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구는 운동 부족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사람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운동하세요"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함께 걷고 모일 수 있는 관계 중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개인에게 운동을 권고하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사회적 단절을 해소하면서 활동량을 늘리는 '관계 중심의 개입'이 대구 노인 건강 증진의 핵심 과제다

반대로 경북은 이미 활동량은 충분한 만큼,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문해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이미 끈끈하게 교류하고 있는 기존의 대인관계망을 활용해 마을 네트워크 자체를 하나의 '건강증진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의료 인프라가 닿기 힘든 농촌(읍·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시설로 노인들을 부르는 대신, 노인들의 생활 터전으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건강증진 서비스'와 '방문형 마을 기반 건강상담'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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