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면 출석 미달, 학업 단절 우려에 완치 전 퇴원 강행하는 청소년들
교육청 "공공의료원 인력 부족·행정적 한계로 시설 구축 난항"
현장에선 "기존 병원 인프라 활용한 유연한 민관 협력 시급" 목소리
경북 지역 소아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안전망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비롯해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선 위기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공교육 체계 내에서 보호하고 치료해야 할 행정 시스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병원을 찾으면 학교에서는 '낙오'를 각오해야 하는 모순된 제도가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등 떠밀고 있다.
◆매일 3명꼴로 터지는 비명
경상북도교육청이 집계한 '연도별 위기 학생 현황(2026년 4월 30일 자 기준)'의 수치는 처참하다. 도내 학교에서 자해 및 자살 시도로 보고된 학생 수는 2024년 649명(자해 466명, 자살 시도 183명)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1천89명(자해 841명, 자살 시도 248명)으로 불과 1년 만에 67.8%나 폭증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개학한 지 두 달 남짓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이미 258명(자해 199명, 자살 시도 59명)의 위기 학생이 새롭게 보고됐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 역시 "작년부터 위기 학생 통계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데, 과거에는 한해 100건 안팎으로 증가하던 것이 최근 들어 그 증가 속도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라졌다"며 현장의 심각성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다.
◆"치료 받으려면 유급 감수해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자해 증상이나 투신 시도 등 고위험군 청소년의 경우 최소 한 달에서 석 달 이상의 집중 입원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면 출석 일수 부족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학년 유급'이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위험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학업 단절과 '유급생'이라는 꼬리표가 두려워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치러야 한다"며 조기 퇴원을 강행하거나, 반대로 치료를 위해 학업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공교육 이탈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 대구시의 경우 교육청이 한 정신의학과 병원을 병원학교로 지정해 운영 중이지만, 경북 아이들이 유급을 면하려면 연고도 없는 대구의 병원으로 '원정 치료'를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청의 딜레마, "공공은 인력 부족, 민간은 행정적 장벽"
경북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청은 아이들이 입원 중에도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병원형 위(Wee)센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장기 입원 시 병원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대구 국립청소년디딤센터와 협업해 입소 및 치료를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도내에 '병원학교'를 지정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벽이 높다. 교육청 관계자는 "포항, 안동, 김천 등 지역 공공의료원과 협업을 시도했으나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해 주야간 케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민간 전문병원에 섣불리 공공 예산을 투입해 위탁하기에는 "운영 주체가 바뀌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인 제재나 중단이 어려운 행정적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봉사 정신을 갖춘 적합한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절차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완벽한 제도 기다리기엔 시간 없어"
의료 현장과 전문가들은 완벽한 공공 모델이 구축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에는 위기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절박하다고 지적한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막대한 예산이나 대규모 거점 센터 구축 이전에, 민간 병원과 교육청이 각자의 자원을 나누는 '유연한 민관 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거점 정신과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유휴 공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 장소를 제공하면 교육청은 거액의 예산 지원 대신 아이들의 출석을 증빙하고 하루 1~2시간이라도 교과를 지도할 최소한의 '파견 교사'나 '순회 교육' 인력만을 매칭해 주는 방식이다.
위기 학생 1천명 시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행정의 원칙과 현장의 절박함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 경북 아이들이 안심하고 치료와 배움을 병행할 수 있는 '경북형 교육 안전망'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그래픽용/경상북도교육청 제공]
경북 연도별 위기 학생(자해·자살시도) 사안 보고 건수
2024년: 649명 (자해 466명 / 자살시도 183명)
2025년: 1천89명 ➔ 전년 대비 67.8% ↑ (자해 841명 / 자살시도 248명)
2026년 (4월 30일 기준): 258명 (자해 199명 / 자살시도 59명)
"매일 평균 약 3명"의 경북 청소년들이 극단적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