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선거사건 100건 넘어…경찰·검찰 "사건 과부하" 호소
대구지검 안동지청도 선거사건 집중…일반 형사사건 처리 부담 가중
생활형 사기·경제사범 지연 우려…"정치 공방이 수사력 잠식"
고발장이 접수되는 순간 수사기관은 움직인다. 하지만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성·보복성 고발이 급증하면서 경찰과 검찰 수사력이 민생범죄 대응보다 정치 사건 처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권 축소와 수사체계 개편까지 예고되면서 일선 수사기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지역은 이미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경북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7일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겨진 사건은 26건, 관련 인원은 40명이다. 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고발 건수 60건의 약 43% 수준이 본선 전부터 접수된 셈이다.
경북경찰청도 선거 사건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1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방선거 관련 고소·고발·진정 사건으로 총 105건(230명)을 수사해 이 가운데 15건(30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0건(20명)은 불송치 처분했다. 현재도 80건(180명)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단순한 사건 수 증가만이 아니라 고발의 성격이다. 기부행위 금지 위반과 허위사실 유포, 여론조사 왜곡 의혹 등 각종 선거 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범죄 규명보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나 정치적 이슈 선점을 노린 사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고발은 범죄 신고 제도를 넘어 정치 공방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부터 '고발됐다'는 사실 자체가 먼저 확산되며 여론전에 활용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뿐 아니라 경북 북부권 사건을 담당하는 대구지검 안동지청 역시 선거 사건 증가에 따른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법 사건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사회적 파장도 커 일반 형사사건보다 우선 대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이미 사건 과부화 우려가 제기된다. 형식적 요건만 갖춘 고발이라도 절차상 접수와 검토가 불가피해 상당한 수사력과 행정력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사건 대응이 늘어나면서 생활치안과 민생 사건 대응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선에서는 생활형 사기와 경제사범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훈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선거철마다 집중되는 정치 사건 대응으로 일반 민생 사건 수사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더욱이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 인력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지역 형사법 전문가는 "정치적 목적의 고발이 반복되면 수사기관은 사건 실체와 관계없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일반 시민들의 사건 처리 지연과 형사사법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고발권은 중요한 시민 권리지만 근거가 부족한 고발까지 무분별하게 반복될 경우 공공 수사 시스템의 신뢰와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최소한의 책임성과 사전 검증 장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오는 10월 이후 추진될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 등 수사체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보완수사와 공소 유지 중심 기능으로 재편되고 상당수 직접 수사 기능은 경찰과 중수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선거·공직자 사건까지 경찰 중심 구조로 집중되면서 현장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선거철 정치 고발 증가가 현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발 사건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고발의 숫자가 아니라 책임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범죄 규명보다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고발이 남용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시민과 공공 시스템 전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