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서가 태어나고 맞는 어버이날은 조금 다르다. 자식이기만 했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부모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태서에게 효도를 기대하긴 이르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 챙기고, 태서도 챙기느라 정신없는 어버이날을 두 해째 보내고 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은행에 들러 용돈을 뽑고, 식당을 찾아 예약 전화를 돌린다. 그 사이,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 옆에서 조용히 사고를 치는 나의 아들. 컵에 먹겠다고 해서 물을 줬더니, 언제 쏟았는지 바닥은 이미 물바다다. "어휴~ 태서야 엄마 바쁜데 왜 그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손으로, 발로 물장구를 치며 더 엉망을 만든다.
그런데 이어지는 한마디에 웃음이 난다. "엄마 미앙…" 요즘 부쩍 말이 늘었다. 혀 짧은 소리로 "미안"을 건네는 걸 보고 있자니, 자식은 존재만으로도 효도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닦아." "치워." 본인이 쏟아놓고는, 정작 치울 생각은 없고 엄마에게 명령만 내린다. 가만 보니, 요즘 할 수 있는 말들이 전부 엄마를 부려먹는 말이다.
효도는커녕, 태서를 모시느라 바쁜 어버이날. 그 탓에 예전 돈방석이나 돈부채 같은 용돈 이벤트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모님은 전보다 더 크게 웃는다. 이벤트가 없어도, 맛있는 식사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 웃음의 중심에는 늘 태서가 있다. 그러니까 오늘의 효도는, 내가 아니라 태서가 다 한 셈이다. 나는 그저 효도를 '전달'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