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여 비정규직에 최대 248만8천원 지급…재정 의존 처우 개선 한계 지적
단기계약 금지·임금 개입 확대…민간 확산 땐 노동시장 경직 우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최대 248만8천원의 '공정수당'을 도입한다. 기간제 노동자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재정 부담과 노동시장 왜곡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보고했다. 공공기관 약 2천100곳에 종사하는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 약 7만3천200명에게 계약 기간에 따라 기준금액 대비 최대 10%의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노동부 관계자는 "퇴직금 회피를 위한 '쪼개기 계약' 관행을 없애고 임금 격차를 보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정수당은 최저임금 대비 118% 수준인 기준금액 254만5천원을 바탕으로 계약 기간별로 차등 지급된다.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고용 불안정성이 크다고 보아 더 높은 보상률을 적용했다. 1∼2개월 계약자는 10%(38만2천원), 3∼4개월은 9.5%(84만6천원), 5∼6개월은 9.0%(126만원)다. 6개월 초과 구간은 8.5% 정률이지만 실수령액은 기간에 따라 7∼8개월 162만2천원, 9∼10개월 205만5천원, 11개월 이상 248만8천원으로 달라진다.
문제는 재원이다. 공정수당은 전액 공공 재정으로 충당된다. 실태조사 결과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약 14만6천400명 중 절반인 7만3천200명이 지급 대상인 만큼 예산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는 내년 예산안에 관련 비용을 반영할 계획이지만 구체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여서 재정 여건이 취약한 기관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여기에 세금으로 특정 고용 형태의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같은 처지의 민간 비정규직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공공부문에만 한정된 보전 정책이 오히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정수당이 임금을 행정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율적 임금 형성 기능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계약 기간이나 직무 가치, 개별 기관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일률적인 보상률을 적용하면 노동시장 가격 신호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정수당 도입과 함께 공공부문의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심사제를 통해 예외를 허용하되 심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을 반드시 포함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채용도 제한한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단기 인력 활용 시 추가 비용과 행정 절차가 동시에 늘어나는 셈이다.
지역의 한 경영학부 교수는 "이로 인해 채용 자체를 줄이거나 외주화로 전환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비용 상승이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하고 있다"며 "정부가 부도덕하다"고 질타했다. 실태조사 결과 쪼개기 계약이 의심되는 11개월 이상∼12개월 미만 계약자는 1만1천498명으로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의 15.7%를 차지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 확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노동부는 현재 민간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민간 확대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간까지 번질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고용 축소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