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찾은 한 채용 박람회장. 취업준비생 이모(27) 씨는 한참을 부스를 돌다 발걸음을 멈췄다. "지원할 데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막상 넣고 싶은 곳은 잘 안 보인다."
몇 걸음 떨어진 기업 부스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한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는 꾸준히 들어오는데 막상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나온 두 목소리. 대구의 고용 시장은 지금, 서로를 향하지 않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미스매치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해법은 있는 걸까.
◆ 청년들 "괜찮은 일자리가 없다"
대구의 산업 구조를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17년 21.7%에서 2024년 19.3%로 줄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 등 서비스업 비중은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나 금융업은 전통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진다"며 "제조업 비중 감소는 결국 좋은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늘어난 일자리의 '질'이다. 보건·복지, 숙박·음식점업 등은 상대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결국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남기보다 '쉬었음' 상태로 빠지거나, 아예 지역을 떠난다.
문제는 단순히 산업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남아 있는 일자리마저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가 겹쳐 있다. 대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이유로 연구개발(R&D)은 수도권에 두고, 지역에는 생산 기능 중심의 일자리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원은 "공공기관의 청년고용의무제 이행률이 2019년 90% 수준에서 2023년 70%까지 떨어졌다"며 "이행 점검만으로도 지역 일자리 확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인 채용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더 나아가서는 대기업 유치에만 기대기보다 지역의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청년을 연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기업 정보의 신뢰도 제고, 대학과의 연계, 지역 내 성장 생태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들 "사람이 없다"
반면 기업들은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 역시 단순한 인력 부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인재를 키웠다. 이른바 '가능성'이 기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업은 장기간 교육을 전제로 한 채용을 부담으로 인식한다. 채용과 동시에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AI와 자동화 기술 확산도 변화를 앞당겼다.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등 신입의 기초 업무는 상당 부분 자동화와 AI로 대체되고 있다. 이제 기업 입장에서 교육이 필요한 신입보다 경험을 갖춘 인력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 됐다. 취준생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진학사 캐치 조사 결과 '직무 경험'이 84%로 가장 중요한 취업 스펙으로 꼽혔다. 학력(4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에 취준생들은 자격증, 대외활동, 인턴 경험을 쌓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취업 준비 3년 차 김모 씨는 "기업이 말하는 '능동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합격 이유도 알 수 없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경력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청년 인턴 사업 '달성 경만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에게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선발된 청년들은 올 11월까지 산하 기관에서 프로그램 운영과 홍보 등 실무를 맡는다. 청년에게는 '경험'을, 기업에는 '인력'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대학들도 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경북대는 AI 면접실과 현장실습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저학년부터 직무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고 있다. 영남대 역시 1대1 상담을 통해 학생별 맞춤 취업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김현우 연구원은 "단순히 양질의 일자리만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청년층의 지방 엑소더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라며 "같은 청년층이더라도 인적 자본 수준, 개인 가치관 및 특성이 차별적이므로 이를 고려한 직업·직종·직업형태 등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