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개정된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대구 건설 업계가 비상이다. 원청 건설사가 하청 노동조합과 교섭해야 한다는 첫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오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건설경기 침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건설사들은 노사 리스크까지 겹치며 부담이 커지면서 곡소리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그간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범위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논쟁에 일정 부분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위, 크레인노조의 교섭 요구 인정해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극동건설을 상대로 낸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사건에서 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는 원청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해 실질적인 작업 지시와 안전 관리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으로, 유사 사례 가운데 처음으로 교섭 대상이라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법적 사용자는 장비 임대 업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계약 관계상 직접 고용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의무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형식적 계약 관계'보다 '실질적인 지휘·감독 여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향후 다른 직종이나 공종으로까지 판단이 확장될 수 있어 업계 우려가 깊다.
특히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산업으로, 이번 판단이 확산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의 공사 현장에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 협력업체가 얽혀 있는 구조에서 특정 직종을 시작으로 다양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사 일정 지연, 추가 인건비 부담, 노사 갈등 장기화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교섭 요구가 급증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한국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 등 타워크레인 노조는 100대 건설사 원청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인정을 위한 교섭 분리 신청을 잇따라 제기했다. 다만,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93건 중 90건, 한국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는 59건을 모두 취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보류되거나 취하됐던 유사 신청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들은 노무·법률 자문을 강화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다 건설 현장 멈춘다"…촉각 곤두선 지역 건설업계
대구 지역 건설사들은 이같은 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미분양 물량 문제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 건설사들이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노사 리스크까지 현실화되며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건설사들은 최근 타워크레인 노조를 비롯한 복수의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았다. 서울·수도권 등 향후 진행 예정인 사업까지 포함해 교섭 대상자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번에 다수의 교섭 요구가 들어오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고 있으며, 각 사는 노무사와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꺼번에 다수의 교섭 요구가 들어오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무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노조가 교섭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가 다시 제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노조 측은 노동위원회 부담 등을 이유로 일부 사건을 정리한 바 있지만, 향후 재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일시적으로 진정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언제든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다른 대구 지역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잠잠해 보여도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현장 운영과 법적 대응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