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70년 16회>금상 이석근 '달음박질'

입력 2026-04-24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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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이석근 작
금상 이석근 작 "달음박질" 국민학교 가을운동회에서 아이들이 젖먹던 힘까지 다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1969년 가을운동회를 며칠 앞두고 영식이와 홍식이의 마음은 이미 운동장에 가 있었다.집에 돌아오면 어머니에게 "김밥 싸줄 거지?" 하고 몇 번이나 묻고, 전날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설레는 마음에 몇 번씩 뒤척이곤 했다. 운동화 끈을 다시 매보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동회 날 아침이 밝았다.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운동장 위로 형형색색의 만국기가 바람을 타고 펄럭였으며 스피커에서는 힘찬 행진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운동장 입구에는 색종이와 종이꽃으로 장식된 커다란 개선문이 세워져 있었다. '가을 대운동회'라고 적힌 글씨 아래로, 청군과 백군이 줄을 맞춰 섰다.

"차렷! 앞으로 갓!"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청군과 백군이 잇따라 개선문을 힘차게 통과했다.준비 체조를 마친후 각자의 자리로 들어가 출전 경기에 마음을 콩닥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응원소리는 운동장을 가득 매웠다.드디어 영식이와 홍식이의 100m달리기 차례가 되었다.두 주먹을 불끈지고 출발선으로 향했다.

탕—!

출발 신호를 알리는 화약 총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영식이와 홍식이는 흙먼지를 날리며 힘차게 달렸다.고무신을 두 손에 쥐고 맨발로 뛰는 아이, 한 쪽 고무신이 벗겨진 아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아이까지… 그 작은 몸들이 있는 힘을 다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갔다.

달리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줄을 섰다. 선생님은 손목에 1등, 2등, 3등이 적힌 도장을 찍어주며 차례로 불렀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선생님은 공책과 연필, 지우개 같은 학용품을 하나씩 손에 쥐여주었다. 한바탕 경기가 끝나고 나면, 운동장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달아올랐다.

긴 장대에 매달린 커다란 박을 향해 아이들은 달렸다. "하나, 둘, 셋!" 외치는 소리와 함께 있는 힘을 다해 노란,빨간 등 오색의 오자미를 던지자 오색종이와 함께 박이 터지자 '즐거운 운동회,맛있는 점심시간'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지자 아이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어진 점심시간.돗자리 위에는 어머니가 새벽부터 정성스레 싼 김밥과 밭에서 갓 쪄온 고구마, 삶은 땅콩이 가득했다.학교 운동장은 마을잔치가 되었다.

해가 기울 무렵, 만국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뛰어다닌 탓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날의 운동회는 단순한 학교 행사가 아니었다.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온 동네가 모여 웃고 나누던 작은 축제였고,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하루였다.

금상 이석근 작 "달음박질"에서 만국기 아래의 함성이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어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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