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돌끝맘이잖아. 너무 부럽다~ 돌스냅은 어떻게 했어? 돌준맘 좀 도와줘." 돌끝맘은 돌을 끝낸 엄마의 줄임말로, 돌준맘은 돌을 준비하는 엄마를 지칭한다. 아이의 첫 생일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준비에 나서는 이들이다. 친한 동생의 SOS에 나의 '돌준맘 시절'을 떠올려봤다. 아, 일년도 채 안 된 일인데 왜 이렇게 까마득한 옛날 같은지.
◆ 바쁘다 바빠 '돌준맘 스케줄'
돌준맘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소 예약도, 사진관 섭외도 아니다. 맘카페에 들어가 'OO지역 돌잔치'를 검색하는 것이다. 대구 돌잔치만 쳐도 돌끝맘들의 생생한 후기가 쏟아진다.
요즘 돌잔치 준비는 대략 이렇다. 음식점을 예약하고, 그 공간을 꾸밀 돌상 업체를 찾는다. 한복이나 턱시도, 드레스 등 의상도 대여한다. 여기에 돌잔치를 기록할 사진사를 섭외하고, 하객들을 위한 답례품까지 준비한다. 아차차! 돌잔치 전에 촬영해 사용할 '스튜디오 사진'도 따로 찍는다. 당일 촬영은 '돌스냅', 사전 촬영은 '스튜디오'로 구분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생각처럼 착착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산율은 낮다는데 돌잔치 예약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실제 대구 지역 인기 돌잔치 장소에 문의한 결과, 2~3개월 뒤 주말 예약은 이미 대부분 마감된 상태였다. 10월 돌잔치를 앞두고 장소 선정을 위해 이른바 '돌잔치 투어'를 돌고 있다는 김은주 씨(29)는 "요즘은 음식보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장소가 인기"라며 "특히 봄, 가을처럼 야외 촬영이 가능한 시즌은 1년 전에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한옥이나 호텔로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 '하루'를 둘러싼 시장, 커지는 돌산업
하루에 끝나는 돌잔치지만, 그 하루를 둘러싼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진이다. 돌사진 수요가 늘면서 일반 스튜디오가 돌스냅을 병행하거나, 웨딩 스냅 업체가 아예 돌 시장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 한 스튜디오 작가는 "웨딩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아이 사진은 성장 과정마다 이어질 수 있어 장기 고객으로 이어진다"며 "요즘은 웨딩보다 아이 시장이 더 유망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돌잔치 당일 촬영인 '돌스냅' 역시 점점 확장되는 분위기다. 전문 카메라 촬영에 더해 '아이폰 스냅(아이폰으로 찍는 사진)'을 추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돌잔치를 치른 김정주 씨(32)는 "돈이 더 들더라도 남는 건 사진이라는 생각에 카메라에 아이폰 스냅까지 추가했다"며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지출을 결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메라와 아이폰 촬영을 함께 구성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메모스냅 대표는 "소규모 돌잔치가 늘면서 오히려 사진에 더 공을 들이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며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색감과 분위기를 위해 두 가지 촬영을 모두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상 역시 변화하고 있다. 생화 장식, 대형 포토존 등 다양한 콘셉트가 등장했고, 풍선 장식과 대형 백드롭을 활용한 포토존이 돌상 규모로 커지는 경우도 흔하다. 호호돌 대표 배영숙 씨는 "전통과 현대 돌상 안에서 어머니들이 다양한 취향에 맞춰 콘셉트를 선택한다"며 "실물 떡이나 생화를 추가하면 비용이 더 들지만 이 역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소규모·고비용'의 역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돌잔치 시장은 커졌을까. 이는 소비 방식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규모 모임이 줄고 가족 중심의 소규모 행사 문화가 자리 잡았다.
과거처럼 회사 동료나 먼 친척까지 초대하기보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는 경우가 늘었고, 그 대신 한 사람에게 쓰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른바 '소규모·고비용' 구조다. 초대 인원은 줄었지만 돌상, 촬영, 공간 연출, 답례품 등에 투자하는 금액이 증가하면서 전체 시장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돌잔치 답례품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는 이영주 씨(40)는 "과거 수건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유기 주걱, 티스푼, 와인 등 가격대가 높은 선물이 등장했다"며 "인원이 적다 보니 더 좋은 선물을 하게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럭셔리한 돌잔치를 치르고 싶은 부모가 많아진 이유도 있다. 아이 한명만 낳아 잘 기르지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내 아이의 첫 생일은 돈 안 아끼고 보내겠다는 것이다. 자녀 한 명에게 모든 걸 쏟아붓는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다. 여기에 SNS 영향도 적지 않다.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의 호텔 돌잔치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보여지는 돌잔치'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 잔치 대신 기부, 여행…다양한 모습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돌잔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규모나 형식보다 '무엇을 기념하는 자리인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돌잔치 대신 가족여행을 선택한 안혜영 씨는 "하루종일 아이를 성가시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를 축하하는 일일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위해 아이를 오래 앉혀두기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다"며 "처음엔 '돌잔치는 해야지'라며 반대했던 부모님도 여행을 다녀온 뒤 오히려 더 만족해하셨다"고 말했다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 일정 금액을 아이 명의로 후원하거나, 돌잔치 비용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방식이다.
셋째 아이의 첫돌을 맞은 김다정 씨는 돌잔치 대신 기부를 택했다. 임신 7개월 만에 1.6㎏의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가 한 달 넘게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김 씨는 "당시 아이가 무사히 살아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며 "그 시간을 지나며 언젠가는 아픈 아이들을 위해 나누며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첫돌을 맞아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마다 돌을 챙기는 모습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심은 항상 '첫 생일을 기념하는 마임'이 있다. 돌준맘이든, 돌끝맘이든. 지난 1년, 한 아이를 키워낸 시간은 모두에게 충분히 특별하다. 돌잔치를 어떻게 했든, 그 결론은 결국 하나다. "잘 키웠다, 우리. 잘 해냈다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