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김동연 지사 직격 "…배은망덕한 정치"; 트럼프 "그린란드 인수 협상 즉각 추진"…덴마크엔 "배은망덕"…>. 잊을만하면 배은망덕이란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은, "등질 배, 은혜 은, 잊을 망, 은덕 덕"으로, "베풀어 준 은혜에 등지고 은덕을 잊어버린다"라는 뜻이다. 흔히 듣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은혜를 저버리다", "배신 때리다", "뒤통수 치다"라는 행태가 이에 해당한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는 "세상에 믿을 자 없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라는 말이 일상적이다. 어디 정치뿐이겠는가. 온갖 정성과 사랑을 바쳤으나 그만 배신하고 떠난 "사랑의 배신자∼"도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이런저런 배신으로 눈물을 쏟고 있다.
배은망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쓰이지 않고 유독 한국에서만 사랑받는 사자성어이다. 유사어로 중국에서는 "은혜를 등지고 의리를 잊는다"라는 '배은망의(背恩忘義)'가 있다. 『한서』권76의 「장창전(張敞傳)」에 나온다. 이 말은 명나라 때의 풍몽룡(馮夢龍)이 지은 『성세항언(醒世恆言)』에도 보인다. 아울러 풍몽룡의 『경세통언(警世通言)』에는 '배의망은(背義忘恩)'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 등등 많은 곳에서 배은망덕이 언급된다. 조선이라는 좁은 지역에 은덕을 저버리는 일들이 많았던 탓이리라.
공자의 말 가운데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논어』 「이인」)이라는 구절이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함께 할 이웃이 있다"라는 뜻이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외롭고 힘들어질 때 이런 말을 곱씹으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겠다. 공자 또한 열심히 덕을 베풀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세상은 여의치 못했으리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야속한 세상. 그래도 덕을 베풀며 산다면 고립되지 않고 반드시 그 뜻을 이해해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믿었을까. 하지만 그가 왜 몰랐으랴. 덕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오히려 외로운 순간이 더 많고, 올곧게 살고자 한다면 되레 더 불행해지고 만다는 현실의 역설을.
사마천은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으나, 항상 선한 자를 편든다"(天道無親,常與善人)라는 『노자』(왕필본 79장) 말을 믿었다. 그러나 과연 그랬던가. 정반대였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하늘은 도대체 누구의 편인가"라며 의구심을 품었다. 요즘 시대인들 다름이 없다. 사악한 자들은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살고, 올곧고 힘없는 자는 감옥에 처박혀 지내야만 한다.
덕의 옛 글자는 '곧을 직(直)' 자에다 '마음 심(心)' 자를 합한 것[=悳]이다. 그렇다. 덕은 '마음을 바로 쓰는' 게 근본이다. 그나마 세상이 그럭저럭 굴러가는 것은 이런 사람들 덕택 아닌가.
일제강점기 때는 신문・잡지나 관공문서에 배은망덕이란 말이 속출한다. 예컨대, "배은망덕하고 칼부림한 소년, 구두를 훔치려다"(동아일보, 1939.12.10.)처럼 생계형 사건이 허다했다. 나아가 "한인은 일인에 대하여 천여년간 문화를 전수하였음에도 배은망덕하고‥"(대한민국림시정부 독립신문, 1922.1.1.)라며, 당시 식민 지배 중이던 일제에 대해서도 보편적 도덕의 잣대를 들이댄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라 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어준 은덕을 잊어선 안 된다. 배은망덕의 업보는 언젠가 반드시 그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