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수다]"대구시장은 누굴 뽑아야 될까요"…6·3지방선거 다문화 유권자들 '투표 체험'

입력 2026-04-24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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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15만4천559명…지방선거 외국인 선거권자 투표율은 '바닥'

대구 서구가족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유권자 투표체험에서 결혼이민여성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처음으로 몸소 체험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서구가족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유권자 투표체험에서 결혼이민여성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처음으로 몸소 체험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유권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외국인 선거권자는 15만4천559명으로, 4년 전보다 2만6천 명 늘었다. 외국인 유권자가 처음 투표권을 얻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6천726명에 불과했던 숫자는 20년 만에 20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대구서구가족센터에서 6·3지방선거 모의투표를 마친 결혼이민여성 유권자들이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대구서구가족센터에서 6·3지방선거 모의투표를 마친 결혼이민여성 유권자들이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해보니까 자신이 생겼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투표용지가 많아서 헷갈려요"

지난 10일 대구 서구가족센터 강의실에 모인 다문화 가족 유권자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대구시선관위가 언어 장벽과 제도 이해 부족으로 참정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선거연수 자리였다.

올 6·3 지방선거는 복잡하다. 시·도지사, 교육감, 구·시·군의 장, 시·도의원(지역구·비례), 구·시·군의원(지역구·비례)까지 한 사람이 7표를 행사해야 한다. 내국인의 경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달 10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이 의결되면 지방선거와 동시에 헌법 개정 국민투표도 치러져 1인 8표제가 된다. 단, 외국인 선거권자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7표만 행사한다. 내국인에게도 낯선 절차가 외국인에게는 훨씬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날 연수에서는 선거제도와 투표 절차, 후보자 공약 확인 방법이 소개됐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초빙교수가 투표 준비물부터 기표 방법, 투표소 내 주의사항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론 교육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직접 기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가상 후보가 적힌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표함에 넣는 전 과정을 몸으로 익혔다. 대구시선관위는 서구가족센터를 비롯해 지역 내 다문화가족센터 수강생을 대상으로 선거연수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구가족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유권자 투표 체험에 참가한 결혼이민여성이 가상 후보가 적힌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서구가족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유권자 투표 체험에 참가한 결혼이민여성이 가상 후보가 적힌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역대 최다 15만 명, 외국인 투표율은 '바닥'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다. 영주 체류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하고 외국인 등록대장에 등재된 만 18세 이상이면 투표가 가능하다. 다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국민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다.

외국인 선거권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전국 기준 제5회(2010년) 1만2천878명이었던 외국인 유권자는 제8회(2022년) 12만7천623명으로 12년 만에 열 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432명에서 1천530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투표율 추이는 정반대다.

외국인 참정권이 처음 도입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전국 외국인 선거권자는 6천726명, 대구는 265명에 불과했다. 이후 매 선거마다 증가세를 이어가 제9회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5만4천559명, 대구 1천886명으로 늘었다. 20년 만에 전국 기준 2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제공
외국인 참정권이 처음 도입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전국 외국인 선거권자는 6천726명, 대구는 265명에 불과했다. 이후 매 선거마다 증가세를 이어가 제9회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5만4천559명, 대구 1천886명으로 늘었다. 20년 만에 전국 기준 2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제공

전국 외국인 투표율은 제5회 35.2%로 출발했다.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된 외국인들의 참여 의지가 높았던 시기다. 그러나 제6회(2014년)에는 2.6%로 급전직하했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후 제7회 13.5%, 제8회 13.3%로 소폭 반등했지만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대구도 흐름은 같았다. 제5회 32.6%에서 제6회 3.5%로 추락한 뒤 제7회 23.7%로 올랐다가, 제8회에는 다시 15.3%로 내려앉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투표권 보유 사실 자체를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고도 권리를 인식하지 못해 투표소를 찾지 않는 사례가 반복된다. 둘째, 언어 장벽이다. 7장의 투표용지를 각각 다른 선거구 후보자 중에서 골라야 하는 복잡한 제도는 내국인에게도 낯설다. 셋째, 지역 정치에 대한 정보 접근성 부족이다. 후보자 공약을 자국어로 확인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다.

전국 외국인 선거권자 투표율은 제5회 지방선거(2010년) 35.2%에서 제6회(2014년) 2.6%로 급락한 뒤 제7·8회에도 13%대에 머물고 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제5회 32.6%에서 제6회 3.5%로 추락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선거권자 수는 20년간 20배 넘게 늘었지만, 외국인 투표율은 바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전국 외국인 선거권자 투표율은 제5회 지방선거(2010년) 35.2%에서 제6회(2014년) 2.6%로 급락한 뒤 제7·8회에도 13%대에 머물고 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제5회 32.6%에서 제6회 3.5%로 추락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선거권자 수는 20년간 20배 넘게 늘었지만, 외국인 투표율은 바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 "꼭 투표할게요"

이번 제9회 지방선거의 전국 외국인 선거권자는 15만4천559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 제9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반등할지 주목된다. 대구시선관위가 이번에 다문화가족 선거연수를 확대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19년 전 캄보디아에서 대구로 온 셋시보른(39) 씨는 기표소를 나서며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웠는데, 직접 해보니 자신이 생겼어요" 그는 "집에 오는 공약집을 꼭 읽고 투표하겠다"며 "대구시장과 교육감, 의원들은 제 손으로 직접 뽑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서구가족센터에서 6·3지방선거 모의투표에 참가한 결혼이민여성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서구가족센터에서 6·3지방선거 모의투표에 참가한 결혼이민여성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해보니까 자신이 생겼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001년 중국에서 온 나월메이(46) 씨도 "막상 해보니 실수할 것 같다는 걱정이 사라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10년 전 결혼해 대구에 정착한 베트남 출신 다오티리엔(43) 씨는 한국 국적은 없다. 그러나 영주권이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참가자 모두가 유권자는 아니었다. 대구에 온 지 6개월인 중국 청도 출신 요단(36) 씨는 아직 영주권도 국적도 없다. 이번엔 투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다음엔 귀화해서 반드시 투표할 겁니다. 한국에서 자라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권리를 꼭 쓰고 싶어요" 라고 강조했다.

기표소에서 모의투표를 마친 결혼이민여성이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함으로 향하고 있다.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기표소에서 모의투표를 마친 결혼이민여성이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함으로 향하고 있다. 기표소 입장부터 투표용지 수령, 기표, 투표함 투입까지 실제 투표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해보니까 자신이 생겼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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