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私沈) 없이" 선출직 구청장 만 10년 매진
홍 전 시장 시절 신청사 지지부진 "뛰어내리고 싶어"
초등학교 5학년 때 대구로 유학 "제23회 행시 합격"
"1980년 5월, 23세에 시작한 공직을 오는 6월 말에 마감합니다."
2016년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돼 만 10년 동안 구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한번 도전해보려 했지만, 잠시 예비 후보로 뛰다 도중에 뜻을 접었다. 하지만 대구시와 달서구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마음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이 구청장은 "공직자는 사심(私心) 없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차기 대구시장은 "진정성과 절박함을 갖고, 시민들을 화합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먹고 사는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게 지던 아이, 대구로 유학
이 구청장이 태어난 곳은 경북 의성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집안 농삿일을 돕던 순진무구한 아이였다. 하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누나랑 자형이 밤 늦게 하던 얘기가 귓전으로 전해왔다. "울 태훈이 저렇게 지게 지고 일만 하면서, 놔둬서 되겠냐? 공부를 시켜야 하는데, 대구를 보내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공부를 하는구나!".
대구 서구 내당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후 경북대 사대부중·고교를 졸업한 후 영남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를 마쳤다. 신이 나서 공부한 탓에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공직 입문 이후에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미국 미주리대 유학을 다녀오고, 대구 서구 부구청장과 달서구 부구청장을 거쳐 선출직인 달서구청장 3연임에 성공했다.
◆10년 구정, 보람된 일 4가지
이 구청장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4가지 업적을 꼽았다. ▷대구시청 신청사 유치(두류정수장 부지) ▷대구 산업선 호림역 유치 ▷구목 편백나무 5만 6천 그루심기 ▷결혼친화도시 만들기. 그는 "3선 동안 구정 방향을 잘 잡았는데, 차기 구청장이 좋은 정책은 잘 이어받아서 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가지 아쉬운 일을 꼽으라는 질문에는 '달서 별빛 천체 과학관'을 착공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그는 "카라반과 별빛관 등 어린이들에게 천체 관측을 통한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시설을 관내에 만들고 싶었는데 설계중에 있다"며 "가족 단위로 배움과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시장에 화났던 이유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취임 후 신청사 건립을 시정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룰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신청사 부지의 절반을 민간에 임대해 그 수익금으로 신청사 건립비를 조달하자고 했다. 홍 전 시장은 실제 산격청사(옛 경북도청)에 머물면서, 안테나는 항상 중앙 정치를 향해 있었다.
이 구청장은 이런 홍 전 시장의 추진 의지조자 의심되는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뿔이 단단히 난 것이다. 그는 그 당시 기억들을 떠올리며, 또다시 분노 게이지(화난 정도)를 끌어 올렸다. "신청사 문제로 너무 화가 나서, 강창교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신청사는 대구시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현재 대구시청 신청사 설계안이 대구의 상징성(랜드마크)을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2·28 민주운동이나 국채보상운동 등 대구의 역사와 정신이 디자인에 녹아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달서구 인구 현 53만명, 대책있나? "무(無)"
달서구의 인구는 20년 전 63만명에 달했다. 전국 기초 지자체 중에 서울 송파구와 노원구에 이어 세번째로 많을 정도였다. 10년마다 거의 5만명씩 줄어든 셈이다. 특히 성서 쪽은 외국인 특화 지구처럼 동남아, 우즈벡 등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초·중·고교도 여러 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정주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구청장은 "솔직하게 대책이 없다"며 "달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힘을 합쳐서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년 내에 달서구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구정 차원에서도 감소 폭을 줄이거나 유지하려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 구청장의 정치색은 건강한 보수다. 자신이 지향하는 보수에 대한 신념과 철학도 변함이 없다. 그는 "보수의 가치는 전통과 역사를 소중히 여기며 잘 보존하며 지켜가는 것"이라며 "잠시 어려울이 있을 지라도 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 올바른 길로 뚜벅뚜벅 가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현재 대구에 불고 있는 '김부겸 열풍'에 대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은 보수 정당에 대한 큰 실망으로 이어져 오히려 힘 있는 여당 후보에 눈길이 가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혼란스럽다. 야당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지만 당 후보가 정해지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 박빙의 승부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생 2막 시작 "아내랑 여행갈 것"
올해 만 70세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이 구청장의 인생 2막은 7월부터 시작된다. 홀가분한 측면도 없지 않다. 23세부터 70세까지 47년 동안(군생활 포함)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직에 전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아내와 자녀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 구청장을 만났던 지난 3일은 결혼 4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금혼식(50주년)까지는 8년이 더 남았다. 그는 본지 지면을 빌어, "공직에서 물러나면,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 후, "여보, 수고했고, 고맙네. 앞으로 더 잘 모실께. 여행도 가자."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 구청장은 걷기를 좋아한다. 특별한 운동없이 건강관리를 하는 비법이기도 하다. 출퇴근을 할 때도 구청장실이 있는 5층까지 늘 걸어다닌다. 평상시에도 식사 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즐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