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알고도 지는 길을 걷는 데 전문이다. 지난 총선 당시 수많은 보수 정가 인사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들은 외면했다. 중도, 수도권, 청년을 향한 메시지를 내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당시 여권이었던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소수 여당이었으나 총선에서 이길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는 진다"는 비판에도 그들은 침묵했다. 그리고 지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의회 권력을 뺏긴 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수단을 활용했다. 보수 정가의 주류들이 모두 '뜨악'했으나, 그들 또한 이를 자처한 게 아닌가. '설마 그럴 줄 몰랐다'라고 외친들, 공허한 책임 면피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의 태도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너희들, 지는 길을 가고 있어"라는 수많은 조언에도 귀를 닫고 있다. 장동혁 대표, 당 지도부, 당의 주류 의원들은 '애써' 모른 척한다. 입법, 사법, 행정까지 내준 보수가 지방정부까지 내주겠느냐는 아우성도 외면하고 있다.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갖고 수백억원 자산을 가진 제1야당의 태도가 이렇다. 그들은 보수 진영이 이번 지선에서 패배하든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치권은 큰 학습을 했다. '당의 틀을 벗어나 내 살길을 찾으면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유승민 전 의원이 그랬고, 이준석 전 대표가 그렇고, 지금 한동훈 전 대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에서 새로운 진영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은 '보수에서 정계 개편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는 학습 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중요한 이벤트도 있었다. 국민의힘이란 틀을 끌어안고 똘똘 뭉치니 윤석열 정부를 낳은 것이다. 굳이 당을 떠나 풍찬노숙을 안 해도 언젠가 집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이 도전하지 않고 '지는 길'을 택하는 이유다.
보수가 망해 가는 사이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 어떤 정치 체제든, 일당이 독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아야 상호 견제와 대화, 토론, 그리고 소통이 가능하다. 한 축이 무너진 여의도 정치의 풍경은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에서 날 선 공방을 벌여도, 뒤에선 '형님' '동생' 하던 시절은 사라졌다. 그 공간은 여야 극단의 정치에 기생하는 '직업 정치인'이 차지했다.
보수의 붕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강요하고 있다. 그 길을 국민의힘과 당을 차지하고 있는 주류 의원들이 걷고 있다.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이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그들은 언제까지 이 당의 주류로서 국민의힘이란 우산을 끌어안고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대구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우세에 있다고 한다. 이는 민주당이 잘 한 것도, 세상이 변한 것도 아니다. 낡고 곪은 보수 정당, 국민의힘이 알고도 걸어간 길이다. 쇄신과 변화의 정답지는 언제나 있었다. 외연을 넓히고,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지금 눈앞에 보이는 금배지 하나만 보고 "스크럼을 놓지 마"라고 외친다면, 끓는 물 안에 있는 개구리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