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건축기행]신안 도초도-숨결의 지구

입력 2026-04-10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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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8m 구(球) 형태의
직경 8m 구(球) 형태의 '숨결의 지구'는 뚫린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기하학적 무늬의 타일에 반사되며 변화무쌍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신안군 제공

'천사(1004)'는 전남 신안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모두 1028개(유인도 81곳·무인도 947곳)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신안의 정체성이 담겼다. 신안군은 자산인 '섬'과 '예술'을 연계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는 모두 30개의 뮤지엄이 목표다. 현재 자은도의 1004섬 수석미술관과 둔장 마을미술관,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 암태도의 소작항쟁기념전시관 등 20곳이 운영 중이다.

사업 초기 화제가 됐던 건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예술섬 아트프로젝트였다. 마리오 보타, 안토니오 곰리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첫 결과물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지난해 11월 완공돼 방문객을 맞고 있다.

세계적인 거장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인 대지의 미술관
세계적인 거장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인 대지의 미술관 '숨결의 지구'는 신안 도초도 수국정원에 자리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도초도 대지의 미술관 '숨결의 지구'

암태면 남강 선착장에서 40여분 배를 타고 비금도 가산항에 닿았다. 차를 타고 20여분 달려 도착한 곳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인 대지의 미술관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은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는 아티스트로 런던 테이트모던의 터번홀에 설치된 거대한 인공 태양 작품 '날씨 프로젝트'(2003)에는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숨결의 지구'는 도초수국정원 입구, 사방이 확 트인 수국카페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가이즈까 향나무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땅에 숨겨져 윗부분만 드러난 돔 형태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올라와 주변을 돌아서 내부에 들어오는 과정이 모두 작품"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조형물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경 8m 구(球) 형태의 작품 입구를 찾아 돌아내려가는 길은 마치 풀이 잔뜩 덮인 거대한 무덤 곁을 지나는 느낌이 들고, 그 속에 감춰진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입구에 도착해 공간 너머 어렴풋한 빛의 존재를 인식하며 어두운 내부 터널을 지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원형 출입문 쪽에서 바라본 내부 타일의 모습.최현배기자
원형 출입문 쪽에서 바라본 내부 타일의 모습.최현배기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 기하학적인 패턴의 타일과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다. '숨결의 지구'에는 벽과 천장,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다. 열린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타일의 기하학적 패턴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풍경은 황홀하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작품 '숨결의 지구'의 목적은 작품을 찾아온 이들을 우리 발 아래 놓인 흙과 암석으로 끌어들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과 대지를 다시 연결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플로팅뮤지엄과 안토니오 곰리

배를 타야하는 번거로움에 '숨결의 지구'만을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차로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비금도 원평해변 일원에 설치중인 안토니오 곰리의 '바다의 미술관(Elemental)'의 완공을 기다리는 이유다.

누워 있는 인간 모형의 초대형 설치물인 '바다의 미술관'은 신안 천일염 결정체 모양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안토니오 곰리가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안의 다채로운 자연 풍광, 갯벌, 바다. 지역사회와 조화를 고려해 제작중이다.오는 6월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7개의 큐브로 이뤄진 플로팅 뮤지엄은 안좌도 신촌저수지에 떠 있는 물 위의 미술관이다. 신안군 제공
7개의 큐브로 이뤄진 플로팅 뮤지엄은 안좌도 신촌저수지에 떠 있는 물 위의 미술관이다. 신안군 제공

배를 타고 나와 남강선착장에 도착한 후 15분 거리의 안좌도로 향했다. 김환기 화백의 고향 안좌도에 자리를 잡은 플로팅뮤지엄을 찾기 위해서다. 환기의 생가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신촌저수지 수면 위에 떠 있다.

일본 나오시마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곳으로, 버려진 제련소를 리모델링한 이누지마 미술관 설계자 야나기 유키노리가 참여한 플로팅미술관은 7개의 사각형 큐브 형태로 신안의 소금 결정체를 이미지화했다. 플로팅뮤지엄은 각각의 큐브가 주변 풍경과 물을 그대로 반영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올 하반기 개관 예정이다.

신안군은 아트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섬 국제예술제(트리엔날레)와 뮤지엄 투어 아트크루즈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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