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5>사이비(似而非), "비슷하지만, 아니다."

입력 2026-04-10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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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鼎 이창수 서예가
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李대통령, 사이비·이단 종교에 "폐해 커"…7대 종단 "해산해야"; "사이비 벗어나도 도피처는 또 다른 사이비"… >. 이곳저곳에서 사이비란 말이 자주 들린다.

'사이비(似而非)'는, "비슷할 사, 말이을 이, 틀릴 비"로, "비슷하지만, 아니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는 진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비슷할 사' 자는 '흡사(恰似), 유사(類似), 의사(疑似), 근사(近似)'처럼 '비슷하다, 거의 같다'는 뜻의 글자들과 어울린다. '말 이을 이' 자는 앞말과 뒷말을 이어주는 어조사로,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그런데…'처럼 여러 뜻이 있기에, 문맥을 잘 살펴서 순접 혹은 역접으로 번역한다. 즉 "비슷하다. 그러나…"인 것을 서로 붙이면 "비슷하지만"으로 된다. '아닐 비' 자는 원래 '아니다, 그르다, 나쁘다, 비난하다' 등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니다'로 읽는다.

사이비는 『맹자』 「진심장구・하」에 공자가 말한 '오사이비자(惡似而非者)' 즉 "나는 비슷하지만, 아닌 사람을 미워한다"라는 데서 유래한다.

맹자는 제자 만장(萬章)과 대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비슷하지만, 아닌 사람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곡식의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잔재주가 뛰어난 자를 미워하는 것은 의로움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말을 번드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믿음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향원(鄕愿: 마을에서 좋은 사람인 척 꾸미는 자)을 미워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한 시대 유향(劉向)이 모아 엮은 고사집 『신서(新序)』 「잡사(雜事)」에도 '섭공이 용을 좋아하다[葉公好龍]'는 흥미로운 '사이비'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섭공 자고(葉公子高)는 용을 좋아하여 갈고리에도 용을 그리고 끌에도 용을 그리고 집안 어디에나 용 무늬를 새겨 넣었다. 그러자 하늘의 진짜 용이 이 소문을 듣고 섭공이 사는 곳으로 내려왔다. 용은 머리를 창문으로 집어넣고 꼬리는 대청마루에 늘어뜨린 채 슬며시 머리를 창에 대고 들여다보았다. 섭공이 이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쳤다.

혼비백산하여 안색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섭공은 용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좋아한 것은 '용인 듯하였지만, 용이 아닌(似龍而非龍)' 것이었다." 마지막의 '사룡이비룡'에서 '용'이란 글자를 빼면 '사이비'가 남는다. 말하자면 섭공이 실제로 좋아했던 것은 진짜가 아니라 '사이비'였던 셈이다.

인간은 어쩌면 진짜보다 가짜, 짝퉁 같은 사이비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진짜 자연 즉 천연보다도 극사실화로 그려낸 인공적 그림 속의 자연에 더 끌린다. 누군가에 푹 빠진 사람은 뇌 속에서 '사랑하고 있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서 그것을 사랑한다.

언젠가 그 사랑이 식고 난 뒤, 문득 그 사람의 맨얼굴을 보고 "에고, 왜 하필이면 이렇게 못난 사람을 사랑했을까"라고 뉘우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서도 사실이 아니거나 무의미한 정보를 의도치 않게 사실인 것처럼 척척 지어내는 오류로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이란 것이 지적되고 있다.

실물보다 자기 나름의 이미지를 부풀려 그것을 실물에 대체하는 심리에서 '허세, 허풍, 모조품, 사기(詐欺), 거짓말'의 자리가 생겨난다. 이런 사이비의 생성 속에서 꾸준히 '진짜, 진실'의 가치와 의미를 묻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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