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 어디로 떠날까 고민이라면 답은 분명하다. 섬진강을 따라 이어진 구례 벚꽃길이 이른 봄을 열고 있다. 총 길이 129㎞, 국내 최장 규모를 자랑하는 이 벚꽃길은 해마다 봄이면 전국 여행객의 시선을 한데 모은다.
문척면에서 시작해 간전면, 토지면을 거쳐 하동과 곡성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벚나무 수천 그루가 빼곡히 들어섰다. 도로를 따라 이어진 꽃길은 연분홍빛 터널처럼 이어지며 차창 밖 풍경을 한순간에 바꿔놓는다.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이어지는 이 구간은 '대한민국 대표 봄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꼽힌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강'과 '꽃'이 함께 흐른다는 점이다. 섬진강 특유의 완만한 물줄기와 넓은 모래톱, 그리고 그 위를 따라 이어지는 벚꽃이 한눈에 담긴다.
낮에는 햇살을 머금은 꽃잎이 강물 위로 은은하게 반짝이고 해 질 녘이면 붉게 물든 하늘과 수면에 비친 벚꽃이 겹겹이 포개지며 깊은 풍경을 만든다. 최근에는 마라톤과 자전거 코스로도 주목받으며 '머무는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장 벚꽃길…"강 따라 이어지는 129㎞ 풍경"
구례 300리 벚꽃길은 단순한 관광 코스를 넘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300리'는 옛 거리 단위로 120여㎞를 의미하는데, 실제 구간은 이를 웃도는 129㎞에 달한다.
1992년 조성된 이 벚꽃길은 하나의 도로가 아닌 국도와 지방도, 군도, 제방길, 마을길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24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국도 17호선과 19호선 구간은 강변을 따라 벚꽃이 길게 이어지며 시원한 조망을 제공하고, 제방길과 농로 구간에서는 보다 가까이에서 벚꽃을 마주하며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문척면에서 간전면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강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어 벚꽃과 물빛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토지면 일대는 지리산 자락과 맞물리며 더욱 깊은 산세와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차에서 내려 걸어야 보인다"…서시천 산책 코스
벚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서시천 일대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과 쉼터는 여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춰준다.
구례 섬진강 벚꽃길은 차로 달리는 풍경을 넘어 '걷는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뚜렷하다. 대표적인 산책 코스는 서시천체육공원을 중심으로 한 구간이다. 서시천 양옆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이어지며,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여유롭게 꽃길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산책로 중간에 놓인 목책교는 강 위를 가로지르며 양쪽 벚꽃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대표 촬영 명소로 꼽힌다. 다리 위에 서면 벚꽃과 물빛, 하늘이 겹겹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더욱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문척면 일대 '두꺼비다리' 구간도 좋은 선택지다. 징검다리 형태의 다리를 중심으로 대숲길과 벚꽃길이 이어지며 관광지 특유의 붐빔 대신 조용한 시골 풍경 속 봄을 느낄 수 있다.
◆"꽃도 보고, 축제도 즐기고"…28일 벚꽃축제 개막
벚꽃 절정 시기에 맞춰 구례군은 관광객 맞이에 나선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2026 구례300리 벚꽃축제'가 구례읍 서시천체육공원과 문척면 행복센터 일원에서 열린다.
구례 벚꽃축제는 2004년 문척면 섬진강 일원에서 '섬진강 벚꽃축제'로 시작돼 20여년 간 이어져 왔다. 이후 코로나19, 조류독감, 구제역 등으로 일부 축소·취소되기도 했지만, 2023년부터는 벚꽃길 전 구간을 아우르는 '구례 300리 벚꽃축제'로 확대 재편되며 지역 대표 봄 축제로 자리 잡았다.
기존 문척면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서시천 체육공원 등 구례 전역으로 무대를 넓히고, 체험형 콘텐츠와 관광 연계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축제 기간 서시천체육공원에서는 심용환 역사강연, 벚꽃 야행, 버스킹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
이 외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틀린 그림 찾기', '벚꽃길 스탬프 투어', 멍때리기 대회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스탬프 투어는 벚꽃길을 따라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아이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여행 동선을 만들 수 있다.
개막공연은 28일 오후 7시에 열리며, 가수 황가람과 나비가 참석해 분위기를 달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적인 산불 확산 여파로 개막식이 취소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는 정상 개최를 통해 봄의 활기를 되찾겠다는 군의 의지가 담겼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구례 300리 벚꽃축제는 자연·사람·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축제"라며 "서서히 꽃망울이 터져 축제 개막일이면 절정으로 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봄은 짧고, 벚꽃은 더 짧다. 이번 주말, 남도의 강을 따라 흐르는 연분홍 벚꽃길을 직접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광주일보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구례 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