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골목길에서 가장 큰 건물은 대중목욕탕이었다. 목욕탕은 최소한 여탕·남탕 2개 층이 필요하고, 숙박시설도 겸하면 층수가 더 올라간다. 목욕물을 끓이는 보일러가 연기를 내뿜을 굴뚝도 높이 세우니, 목욕탕은 골목길에서 가장 몸집이 큰 업종이었다. 동네 대표 랜드마크였다.
◆동네 랜드마크 목욕탕 소멸중
그랬던 목욕탕은 시대 변화에 따라 사양길을 걷고 있다. 온수가 귀하고 씻을 공간도 마땅찮아 주말이면 온 가족이 목욕 외출을 하던 문화는 집집마다 욕실을 갖추며 옛날 얘기가 됐다. 요지의 대형 사우나·찜질방으로 몸집을 키운 곳 말고 작은 동네 목욕탕은 폐업하는 추세다.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으로 대구에서 영업 중인 목욕탕은 236곳이다. 역대 606곳이 폐업했다. 경북에서는 457곳 목욕탕이 운영되고 있는데, 누적 폐업 업소 수는 571곳이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고유가의 위기는 견뎠지만,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 대유행은 방역 규제로 목욕탕 폐업을 가속화시켰고, 여기에 시대 흐름이 더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로나 유행 3년 간 전국에서 960곳 목욕탕이 줄폐업을 했다.
◆부활 시도도…♨는 역사 속으로
목욕탕의 소멸은 지방소멸의 위기도 여실히 보여준다. 목욕탕이 주민생활권 내에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 사라져 어르신들이 곤혹스럽다. 이렇다보니 강원도에서는 일부 지자체가 직접 목욕탕을 차린다. 폐광이 있는 태백 철암 지역 유일한 목욕탕 철암욕장이 문을 닫자 주민들은 목욕 바구니를 들고 버스로 태백시내 원정목욕을 간다. 이에 태백시가 직접 목욕탕 조성에 나섰다.
실은 수도 서울에서도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동행목욕탕을 운영,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물론 한파·폭염 휴식처로도 활용하고 있다.
한편에선 폐업한 목욕탕을 카페, 술집, 전시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가 주목 받고 있다. 도시재생과 뉴트로(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Retro의 합성어) 트렌드를 타고 넓은 공간과 탕·타일 등 독특한 인테리어를 남긴 목욕탕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할머니·딸·손녀, 이렇게 3대가 함께 드나들던 목욕탕의 또다른 세대 연결인 셈이다.
다채로운 변화·변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쉽사리 볼 수 없게 된 건 목욕탕이나 여관·여인숙 등 숙박업소 간판에 흔히 붙던 '♨' 기호다. 행정안전부는 2008년 3월 온천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 일제강점기부터 100여년 동안 사용된 이 로고를 없애고 새 로고를 도입했다. 허가받은 온천만 쓸 수 있다.
다만 소급 적용을 해 기존 로고를 없애는 단속에 나선 건 아니다. 그래서 골목길엔 가야 오래된 ♨ 기호를 발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