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가 말 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에 빗대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는 말이 있다.
잠들기 전 '잠깐만' 보려던 스마트폰이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 이제는 낯설지 않다. 손에서 놓기 어려운 이 작은 화면은 어느새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과의존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을까.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통해 그 실태를 짚어봤다.
◆ 줄어든 중독, 커지는 격차
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22.9%로 나타났다. 2021년 24.2%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감소 추세 이면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과의존위험군의 수는 줄어드는 반면, 어린 연령층에서는 오히려 과의존이 심화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소년(42.6%)의 과의존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았고, 유아동(25.9%), 성인(22.4%), 60대(11.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10~19세 청소년은 전년(40.1%) 대비 2.5%p 상승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들의 특징은 단순한 이용 증가를 넘어 '조절 실패'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적절한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문항 점수가 가장 높았다. 또 가족과의 심한 갈등, 학업 수행의 어려움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아들 역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만 3세부터 9세까지 유아동의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25.9%로 전년(25.0%) 대비 0.9%p 상승했다.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과의존위험군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며 연령대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 부모 편의가 만드는 첫 중독
왜 나이가 어릴수록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이 높아질까. 이들을 훈육하는 학부모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학부모들은 주요 원인으로 '맞벌이 증가 등으로 인한 훈육 시간 부족'(36.7%)을 가장 많이 꼽았고, '스마트폰 이용 지도 방법을 몰라서'(32.8%)가 뒤를 이었다. 여기에 '부모의 편의에 의한 사용 방임'(17.1%)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사용 상황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만 3~9세 자녀를 둔 학부모의 42.7%는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통제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여준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가사·직업·대인관계 활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29.4%로 뒤를 이었다. 부모의 편의를 위한 선택이 반복되면서, 아이가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 짧고 강한 콘텐츠의 위험성
과의존위험군에서 이용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콘텐츠는 영화/TV/동영상(16.4%)이며, 이어서 SNS(13.8%), 게임(13.5%) 순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시청 내용은 게임(29.9%), 푸드(21.6%), 스포츠(20.8%) 순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숏폼 콘텐츠'의 이용 양상이다. 과의존위험군의 숏폼 이용률은 86.8%로 일반군보다 7.2%p 높았다. 이용 플랫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유튜브 숏츠 이용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과의존위험군에서는 틱톡(28.7%)과 인스타그램 릴스(16.5%) 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간의 절반 이상을 숏폼에 사용하는 비율이 35.7%로, 일반군(19.4%)보다 크게 높았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중심의 소비가 과의존을 더욱 강화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었다.
◆ 어떤 노력으로 떨치고 있나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과의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많이 실천하는 방법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으로,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63.6%가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종이책 읽기, 명상, 운동 등 대체 활동(23.6%), 이용 시간 확인(20.6%), 사용 시간·공간 제한 설정(19.5%) 등이 주요 방법으로 꼽혔다.
흥미로운 점은 과의존위험군(86.6%)이 일반 사용자군(85.4%)보다 오히려 디지털 디톡스를 더 많이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앱을 통해 이용 시간을 확인하는 비율도 위험군이 더 높았다.
이는 과의존 상태에 놓인 이용자일수록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알고 있지만 끊기 어려운' 스마트폰 사용의 특성도 함께 드러낸다. 겉으로는 감소세지만, 실제로는 더 어린 세대로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 의존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