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20대 83.6%, 방언 보존의 필요성 찬성
"와이카노, 뭐 잘못 묵었나(왜 이러냐,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친구가 서울말을 쓰면, 경상도 남성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실제 대구 남성들이 서울로 이주한 뒤 말투를 빠르게 바꾸는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같은 정서는 영주어문학회가 올해 발행한 '경북 지역 청년층의 방언 태도와 표준어 사용'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경북 20대의 방언 사용량 자가 평가 점수는 70.4점으로, 전북 지역 20대 37.8점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연구진은 "전국적으로 표준어 사용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경북지역 20대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 표준어 써도 다 티나!
경북 청년들에게 사투리는 쉽게 바뀌지 않는 언어다. 그렇기에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그 양상은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보통 방언이 표준어로 바뀔 때 단어 변화가 가장 먼저 일어난다. 경북 청년들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북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의 차이로 '단어'(37.9%)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단어가 표준어로 바뀌더라도, 억양과 음높이는 끝까지 남았다. 경북 방언의 독특한 음높이 체계가 청년층에서 유지되며,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2'와 'e'를 구분하는 억양 역시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경북 청년들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언 요소로 억양(24.6%)과 음높이(18.9%)를 꼽았다.
이 때문에 경북 청년들은 "내가 쓰는 표준어는 서울말과 다르다"고 인식했다. 경북 방언 특유의 역동적인 억양 때문에, 실제 말 속도와 관계없이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더 빠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두고도 "이 역시 나의 말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경북 청년들은 스스로를 '표준어 화자'라고 부르는 데 어색함을 느꼈다. 대다수는 자신을 '경북 방언 화자'로 규정했다.
◆ 상황별, 성별따라 '언어 스위치'
그렇다고 이들이 사투리를 무조건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언어 스위치'를 켠다. 부모나 고향 친구와 있을 때는 방언 사용이 각각 41.3%로 크게 늘어나지만, 교수(0%)나 아르바이트(2.7%) 등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방언 사용이 압도적으로 낮아졌다. 사투리가 관계를 확인하고 분위기를 조절하는, 상황 맞춤형 '언어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은 방언에 대한 '의리'가 강했다. 20년 뒤에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방언을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73.2점에 달했다. 방언이 단순한 말투를 넘어, 집단 내 유대감의 상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반면 여성은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향후 방언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42.7점으로 나타났다. 취업이나 수도권 이동 등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언어를 조정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여성들은 자신의 말투와 수도권 표준어 사이의 차이를 더 민감하게 인식하며,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담 역시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북 청년들에게 사투리는 사라져야 할 언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꺼내 쓰는 '선택 가능한 정체성'에 가깝다. 억양과 말투는 쉽게 바뀌지 않는 뿌리로 남아 있고, 필요할 때는 표준어로 스위치를 전환한다. 변화 속에서도 자신을 규정하는 언어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실제 경북 20대의 83.6%가 방언 보존의 필요성에 찬성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보여준다. 사투리는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또 하나의 언어로 자리하고 있다.
-----------------------------------------------------------------------------------------------------표1) 부모 세대와 다른 사투리 요소
단어 37.8%
어미 18.2%
억양 18.2%
발음 15.2%
음높이 7.6%
표2) 청년층이 많이 사용하는 사투리
억양 24.6%
어미 23.8%
음높이 18.9%
말 빠르기 16.4%
단어 12.2%
발음 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