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야설 '5분전']與野 '이현령 비현령' 공천 논란

입력 2026-03-27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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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역구를 경선을 통해 후보 정하자"
여야 모두 내려꽂고, 잘라내는 방식 택해
보수정당의 역대 공천 파동 "주도권 & 학살"

왼쪽부터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장동혁 대표,주호영 의원.
왼쪽부터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장동혁 대표,주호영 의원.

6.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본선에 앞서 지역마다 공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천을 두고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압도적인 지역(보수의 영남, 진보의 호남)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누구를 공천하느냐에 따라 당내 주류 세력이 바뀌기도 한다. 현재 대구시장과 포항시장 공천에 말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공천(公薦)이란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천거(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정당마다 상황에 따라 단수 공천이나 경선, 전략 공천' 또는 공천 신청자 중 자격 미달자나 경쟁력이 낮은 사람을 심사 단계에서 미리 탈락시키는 '컷오프(Cut-off)' 등 다양한 방식을 섞어서 사용한다.

특히 이번 대구시장와 포항시장 공천에서 컷오프된 예비후보자들이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정당은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후보를 공평무사한 기준에 따라 뽑고, 6.3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란 싶지않다.

국민의힘 포항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김병욱 예비후보가 23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김병욱 선거캠프 제공
국민의힘 포항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김병욱 예비후보가 23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김병욱 선거캠프 제공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여야 모두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있지만 후보를 정하는 기준이 지역에 따라 명확하지 않다. 쉽게 말해 "인천은 누구, 강원은 누구, 경남은 누구, 울산은 누구"라며 내리 꽂은 후에 시끄러운 곳은 우왕좌왕하는 형국이다.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에 가깝다.

정치 전문가들은 공천의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일정 지지율 이상 후보를 대상으로 '원샷 방식'으로 뽑거나, 1차 경선 통과자에 한해 '본선 또는 결선'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출해 그 지역의 당 후보로 내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공천을 보면 양당 모두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에서 될 만한 후보를 지역구에 낙점하는 식이다. 인천 박찬대, 부산 전재수, 경남 김경수, 울산 김상욱 후보 등. 대구에는 김부겸 후보를 추대하는 분위기다. 오로지 당선과 권력을 향한 접근방식이다.

야당은 설상가상이다. 당 지지율도 최저인데다, 공천 잡음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 등록 거부로 재재공지를 거쳐 겨우 3자 경선을 확정했으며, 부산시장의 경우 주진우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가 철회 후 박형준 현 시장과의 양자 경선으로 바꿨다. 대구시장은 후보 9명이 선거운동을 벌이다 3명을 1차 컷오프 했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주류 교체라는 명분하에 다선 의원들을 낙천시킨 2016년 총선 TK 대진표. 매일신문 DB
주류 교체라는 명분하에 다선 의원들을 낙천시킨 2016년 총선 TK 대진표. 매일신문 DB

◆보수 정당의 역대 공천 파동

한국 보수 정당은 선거 때마다 공천 파동을 겪어왔다. 주된 키워드는 "기득권 내려놓기, 주류 교체". 또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공천권을 잡은 쪽이 반대파를 거의 숙청하다시피 하려 한 점이다. 그 공천 싸움의 절정이 바로 친이(친 이명박)과 친박(친 박근혜)의 총선 공천 파동이다.

2000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주류 교체를 위해 '허주' 김윤환, 이기택 등 기존 거물급 중진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 일이 있었다. 이들은 이에 반발해 민주국민당을 창당해 나갔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8년에는 친이계가 당내 경쟁 관계였던 친박계를 공천에서 배제시켰지만, 친박 의원들이 '친박연대'로 출마해 대거 살아돌아오는 드라마를 썼다. 2012년 새누리당 때에는 공천권을 거머쥔 친박계가 친이계를 제거하려는 복수극이 펼쳐졌다.

2016년 공천 파동은 김무성 대표의 그 유명한 '옥새들고 나르샤' 사건이다. 김 대표는 진박(진짜 박근혜)계가 비박계를 공천 학살하려 하자 공천장에 직인을 찍어주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렸다.

또한 공관위는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을 '여성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하며 그를 공천에서 배제했다.주 의원은 "사천"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복당해 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20년에도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험지 출마(홍준표·권성동 무소속 출마), 비례대표 순번 등을 놓고 큰 내홍을 앓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TK 중에서 대구와 포항지역이 공천잡음으로 시끄럽다. 포항시장 예비후보 여론조사 1~3위의 유력한 후보 컷오프로 반발이 거세다. 이정현 위원장은 22일 공관위 회의에서 주호영·이진숙 예비후보에 대한 컷오프 안건을 올린 후 "(정희용 사무총장과 최수진 의원을 제외하고) 반대할 사람이 더 없느냐"고 묻고나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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