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동물 제도 어디까지 왔나
"지금은 수용, 앞으로는 구조 개선"
시계를 2024년으로 되돌려보자. 실내동물원에 방치됐던 백사자 부부. 만약 이들을 받아줄 곳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동물단체들이 나서 구조를 시도했을 것이고, 보호시설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내 받아줄 곳이 없었다면, 그때는 어땠을까. 결국 아기 백사자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이들은 2.5평 남짓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생을 마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정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동물원 허가제를 통과하지 못한 시설이 2028년 유예기간 이후 폐업할 경우, 최대 2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이 한꺼번에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들을 받아줄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먼저일까. 동물단체들은 이를 단기적·장기적 과제로 나눠 함께 개선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구조 이후, 감당 못하는 현실
동물원 허가제는 일정 기준을 갖춘 시설만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시설에는 개선을 위한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다. 정부는 2023년 관련 법을 개정해 허가제를 도입하고, 기존 동물원에 대해서는 2028년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이 같은 제도 도입은 국내 동물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구조 이후를 감당할 공공 인프라와 책임 체계는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동물원 동물 대부분은 '전시 동물'로 분류돼 구조 이후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대상이 아닌 만큼, 보호와 수용은 결국 민간 동물원이나 시민단체에 맡겨지는 구조다.
동물 구조에 참여하고 있는 한 민간 동물원 관계자는 "국립생태원이나 야생동물구조센터처럼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 인프라가 더 확충될 필요가 있다"며 "민간 동물원도 구조된 동물을 더 많이 수용하고 싶지만, 공간과 비용 등 여러 여건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을 감수하고 데려오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돌보는 데 부담이 큰 경우도 적지 않다"며 "구조 동물을 데려올 때 사육 공간 조성이나 관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동물복지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보호시설 확충과 수용 능력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 주도의 보호시설 확대와 함께 거점 동물원, 민간 동물원, 수의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단기적인 수용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사회변화팀장은 "정부가 보호시설 조성과 거점 동물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며 "남은 개체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대와 다양한 수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근본적 해결 없다면 개선 어려워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상황은 복잡하다. 반려동물은 물론 대형 야생동물까지 모든 개체를 보호시설에서 장기간 수용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부 역시 거점 동물원 등을 중심으로 긴급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인력과 예산,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 속에서 모든 개체를 무한정 보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유입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수익을 목적으로 누구나 비교적 쉽게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환경이 현재의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2022년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원 허가제가 도입됐지만 이 역시 보다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물을 들여온 이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역량과 자본을 갖춘 곳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반려동물 문제와도 닮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사회변화팀장은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유실 동물이 발생하는 것 역시 동물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롯된다"며 "근본적인 유입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구조 이후의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모든 개체를 장기간 보호시설에서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에는 안락사 문제까지 사회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안락사는 생명의 책임성 측면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보호 인프라를 확충해 구조된 동물을 감당하고, 장기적으로는 동물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이중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조 이후를 감당하는 일과,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더 이상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