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서정시인 김영랑의 '내 마음 아실 이'는 먼저 자신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고 함께 해 줄 임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한다.
김영랑 시인이 그리워한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내 마음도 종잡을 수 없는 얄궂은 세태에 하물며 사랑도 모를 내 혼자 마음을 꿈에라도 아실 이 있을까. 그래서 시인은 현실적으로 그런 임이 존재하지 않는데 따른 설움과 고뇌를 토로하고 있다. 이렇게 네 마음의 결을 내가 담지 못하고, 내 이슬같은 마음을 너에게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절의 아픔을 가수 황금심은 '알뜰한 당신'으로 변주한다.
'울고 왔다 울고 가는 설운 사정을, 당신이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나요,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무슨 까닭에 모른 척하십니까요'. '알뜰한 당신'(1938)의 정조(情調)는 김영랑의 시적 감성과 일맥상통한다. 깊은 밤, 향 맑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알뜰한 마음을 당신은 왜 몰라주는 것인가. 왜 모른 척하는 것인가. 그러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눈물로 호소하는 예스러운 모습이 사뭇 가슴을 적신다.
동시대의 작품인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풍경은 고백하지 못한 사랑이어서 더 가슴 깊이 자리한 그리움이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된 여인들의 수절과부 정신이 미덕으로 찬양되는 봉건적 공기 속에서 서로에 대한 연모의 정을 숨기며 앓기만 하다가 결국 헤어지는 사정이 가슴 아프다. 내 마음을 아실 알뜰한 당신이지만 유교적 인습의 벽을 넘지는 못한 것이다.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갖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사랑하여,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소'. 사랑방까지 다가왔다가 고개 너머 기차를 타고 떠나버린 알뜰한 사랑. 그 정서는 광복과 분단 그리고 전쟁의 격랑을 거친 1955년 송민도의 노래로 부활한다. '나 하나의 사랑'은 나 혼자만이 그대의 가슴 속 깊이 다가서고 싶다는 간절한 호소이다.
내 마음을 나와 같이 알아주는 그대의 사랑을 오로지 차지하고 싶은 꾸밈없는 순정의 물결은 20년 후 하춘화의 '알고 계세요'로 이어진다. '알고 계세요 당신만 사랑한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당신만 알고 계세요, 세월이 변한다고 변치 마세요, 그 누가 뭐라 해도 변치 말아요, 한평생 사랑한다고 당신만 알고 계세요'. 애틋한 연정을 담은 순정 트로트 곡이다.
사랑은 멀어질수록 애틋하지만, 가까워지면 시뜻해지기 마련이다. 나도 모를 얄궂은 심사이다. 황금심은 연상의 띠동갑인 고복수와 연예인 부부 제1호이다. 집안의 반대로 숱한 곡절을 겪으면서 결혼했고 잉꼬 부부로 잘 살았다. 하지만 남편 고복수가 해방 후 잇단 사업 실패로 심신의 아픔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홀로 가정을 지켜야 했다. 파란 속의 순정한 삶이다.
김영랑의 '내 마음 아실 이'는 내면에 충만한 사랑의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지 못한 안타까움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 아시는 알뜰한 당신과 더불어 한평생 변함없는 사랑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영랑의 시가 기대와 좌절의 갈등 구도를 드러내는 까닭이다. 그 누구도 오롯이 알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지닌 인간의 고독, 그래서 순정한 사랑은 더 그리운 것인가.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