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자체 '뭉쳐야 산다' 통합이 대세? '영리한 이별' 분리도 모색

입력 2026-04-03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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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동성로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동성로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6년 만에 가장 높은 26.9%까지 치솟는 등 역대급 공실 상황을 겪으며 실은 대구는 물론 전국 곳곳 원도심이 낙후하는 지방소멸 흐름을 함께 체감하고 있다. 제대로 된 해결책 없이 방치할 경우 예상되는 동성로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상상한 모습. AI로 만든 이미지
대구 동성로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6년 만에 가장 높은 26.9%까지 치솟는 등 역대급 공실 상황을 겪으며 실은 대구는 물론 전국 곳곳 원도심이 낙후하는 지방소멸 흐름을 함께 체감하고 있다. 제대로 된 해결책 없이 방치할 경우 예상되는 동성로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상상한 모습. AI로 만든 이미지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전국에 통합 바람이 불고 있지만, 동시에 분구(分區) 같은 분리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선 '뭉쳐야 산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기초자치단체 사이엔 '영리한 이별'을 요구하는 주민 여론도 만만찮다. 통합과 분리 중 생존에 더 유리한 선택을 저울질하는 시대다.

'분구필합 합구필분'(分久必合 合久必分, 나뉘어져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합치고, 합쳐도 세월이 흐르면 반드시 나뉜다)이라는 옛말도 인용할 수 있다. 대구만 봐도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하며 경북을 벗어나 새 둥지를 틀었지만, 40년 만에 뿌리 경북에 재결합을 구애하고 있다.

생물처럼 나뉘고 합치길 반복하는 행정구역 개편은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지에서 다양한 사례를 쌓고 있고, 여기서 도출되는 의미와 던져지는 과제를 대구경북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천 중구·동구가 폐지돼 제물포구·영종구로 2026년 7월 1일 출범한다. 인천시 제공
인천 중구·동구가 폐지돼 제물포구·영종구로 2026년 7월 1일 출범한다. 인천시 제공
인천 서구에서 분구된 검단구·서해구가 2026년 7월 1일 출범한다. 인천시 제공
인천 서구에서 분구된 검단구·서해구가 2026년 7월 1일 출범한다. 인천시 제공
2026년 7월 1일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서해구 출범을 반영한 인천시 지도. 인천시 제공
2026년 7월 1일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서해구 출범을 반영한 인천시 지도. 인천시 제공

◆4개 구 신설해 동력 찾는 인천

대구와 인구수·경제 규모·정치적 위상 등을 두고 '대한민국 제3의 도시' 경쟁을 하고 있는 라이벌 도시 인천은 올해 4개 구를 새롭게 출범시킨다.

인천은 대구와 마찬가지로 근대화와 산업화 다음 성장 동력이 마땅찮아 낡은 도심이 비는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고 신산업 먹을거리 부재에 청년이 떠나는 문제 역시 안고 있다. 이를 해결코자 도심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신도시도 개발하면서 기업·인재 유치에 나서는 등 닮은꼴 해법을 펼치는 가운데, 인천은 2022년부터 타 대도시와 차별화 한 행정구역 개편 방책도 추진하더니 4년 만에 실현한다.

바로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서해구다. 중구·동구를 폐지해 제물포구·영종구를 신설한다. 중구의 원도심이 기존 동구와 합쳐져 제물포구가 되고, 인천국제공항 소재지로 유명한 영종도 일대가 영종구가 되는 것이다. 역시 가좌동 등 원도심 개선이 고민인 서구는 검단구를 끄집어내고 남은 서구 지역은 서해구로 이름을 바꾼다.

이에 따라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4개 구의 구청장과 지방의원을 새로 선출한다. 새 부대에 새 술이다.

1908년 촬영된 인천 제물포항 모습. 인천시 제공
1908년 촬영된 인천 제물포항 모습. 인천시 제공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설명도. 인천시 제공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설명도. 인천시 제공

◆제물포 역사성 부활…후유증 우려는 숙제

제물포구는 1883년 제물포항 개항 후 인천의 시작이 된 인천 원도심(동인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맥락이다. 인천 중구와 동구는 지난 20세기 거의 내내 인천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으나 인천시청이 1985년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한 걸 시작으로 상권과 학교가 빠져나가 다른 부도심들이 부상하면서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이에 2020년대 들어 제물포구라는 이름으로 재결합하라는 처방전이 제시됐고, 대신 선물로 받는 셈인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같은 기회를 부활 동력으로 삼게 됐다.

중구와 결별하는 영종구는 기존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이 바다 건너 내륙에 있는 중구 도심 생활·행정 인프라 이용에 어려움을 겪던 걸 해소하게 됐다. 기존 신도시(영종국제도시)가 하나의 지자체로 체급을 올리는 셈인 영종구 사례를 두고는 같은 인천 내 연수구 소재 송도국제도시가 향후 가칭 송도구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돋우며 부러워하는 여론이 감지된다.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진 않다. 현대제철 등 산업경제 기반을 가진 동구와 비교해 중구는 과거 명성만 있다. 아울러 중구는 이번에 인천국제공항 기반 세수를 가진 영종국제도시를 떠나보낸다. 재정 격차가 꽤 있는 두 지자체의 결혼이 제물포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매개로 한 주도권 싸움 양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서구가 나뉘어져 생기는 검단구와 서해구는 과거엔 행정구역을 자연환경이 구분해줬으나 이젠 거대 인공시설이 구분해주게 된 희소 사례가 된다. 지난 2012년 개통한 운하인 경인 아라뱃길 북쪽이 검단구, 남쪽은 서해구가 된다. 실은 영종구도 인천국제공항 건립을 위한 영종도 간척사업의 결과물인 셈이다.

동쪽 동 단위 지역에 인구가 몰리고 서쪽 읍·면 단위 지역은 낙후하는 동서격차 타개가 핵심 목적인 경기 화성시 일반구 4개 구(만세구·효행구·병점구·동탄구)가 올해 2월 출범했다. 화성시 제공
동쪽 동 단위 지역에 인구가 몰리고 서쪽 읍·면 단위 지역은 낙후하는 동서격차 타개가 핵심 목적인 경기 화성시 일반구 4개 구(만세구·효행구·병점구·동탄구)가 올해 2월 출범했다. 화성시 제공

◆IT로 큰 화성·용인·성남 분구 '바람'

분구(구 신설 포함) 사례 내지는 그럴 조짐은 경기도에도 여럿 있다. 인구를 증가시키는 지역 산업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최근 경기 화성시가 일반구(선거로 구청장을 선출하는 자치구와 달리 구청장 임명) 4개를 전격 설치해 주변 지자체에 관심을 환기시켰다. 99만이 사는 화성은 인구가 50만을 넘긴 2010년부터 꾸준히 일반구 설치를 논의, 애초 3개 구 설치를 추진하다 그 사이 도시가 급격히 커진 데 따라 만세구·효행구·병점구·동탄구 등 4개 구를 올해 2월 출범시켰다. 동쪽 동 단위 지역에 인구가 몰리고 서쪽 읍·면 단위 지역은 낙후하는 동서격차 타개가 핵심 목적이다.

그런데 현지 여론은 4개 구 신설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탄구를 구성하는 동탄신도시는 하나가 아니라 1·2신도시로 구분된다. 이에 위치를 따져 1신도시 일대를 동탄서구, 2신도시 일대를 동탄동구로 재차 나누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용인시 소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경기 용인시 소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인접 용인시 기흥구의 기흥구·구성구 분구 이슈도 다시 꿈틀하고 있다. 화성과 용인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매개로 급성장했는데, 최근 반도체 활황에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민들의 분구 요구를 형성하는 한 요인이다. 애초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경기 수원시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권선구도 분구 논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반도체 활황은 이들 삼성전자 소재지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시까지 포함, 경기 남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제법 훈풍도 만들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도 분당구 내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를 분당구·판교구로 가르자는 여론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역시 네이버·카카오 등 공룡 IT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존재감이 분구 여론에 영향을 끼친 맥락이다.

대구 달서구 성서 지역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달서구 성서 지역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성서행정타운 부지. 매일신문DB
대구 성서행정타운 부지. 매일신문DB
2004년 대구 달서구 분구 관련 문서. 구마로와 성서공단로를 가칭 성서구·월배구의 경계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매일신문DB
2004년 대구 달서구 분구 관련 문서. 구마로와 성서공단로를 가칭 성서구·월배구의 경계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매일신문DB

◆대구 침체에 달서구·북구 분구 '잠잠'

대구에도 분구 여론이 있다. 대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달서구에 꾸준히 제기됐다.

달서구는 지난 2001년 인구 60만을 돌파하며 분구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다. 당시 달서구는 서울 송파구(69만)와 노원구(64만)에 이어 전국 69개 자치구 중 3번째로 60만 고지에 올랐다. 1988년 대구 남구·서구의 일부를 떼어다 만든 달서구 인구는 출범 당시 28만이었던 게 1997년 50만을 넘어서더니 4년 만에 60만을 찍었다. 성서산업단지가 1988년 1차 단지, 1992년 2차 단지를 조성하며 배후 주거지구가 마련돼 성서 지역을 형성했고, 미완에 그친 월배공업단지 부지가 2003년 월배신도시로 개발된 전후로 월배 지역도 형성했다.

이렇게 생활권이 둘로 나뉘자 가칭 성서구·월배구 분구 여론이 형성됐다. 1990년 달서경찰서에 이어 2005년 성서경찰서가 마련되고 성서행정타운 부지가 성서구청 입지로 거론되는 등 가시적 기반을 갖춰나갔으나, 지금은 별 얘기가 없다. 60만을 넘겼던 인구가 2026년 현재 51만까지 하락해 조만간 통상적 분구 기준(50만 이상)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 북구 강북 지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북구 강북 지역 전경. 매일신문DB

생활권을 이유로는 대구 북구에도 분구 논의가 존재한다. 금호강과 함지산이라는 자연 경계를 기준으로 먼저 북구로 자리잡았던 남쪽 지역과 1981년 편입된 북쪽 지역(과거 칠곡읍, 통칭 '강북')을 분할하는 시나리오다. 강북 지역 칠곡지구엔 가칭 강북구 분구에 대비한 칠곡행정타운(또는 강북행정타운) 부지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는 대구가 '지금과 달리'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 성서행정타운 부지와 함께 달서구·북구의 분구 가능성을 높게 따진 흔적인 셈이다.

2023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수성구 편입 논의에 대해 주민들이 찬반 의견을 표명했다. 매일신문DB
2023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수성구 편입 논의에 대해 주민들이 찬반 의견을 표명했다. 매일신문DB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지도 퍼즐에 나타난 수성구와 달성군 가창면 위치. 매일신문DB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지도 퍼즐에 나타난 수성구와 달성군 가창면 위치. 매일신문DB

◆가창 수성구 편입 불발…'깜짝' 군위 대구 편입

현재 인구가 달서구(51만)보단 적지만 북구(41만)와 함께 대구 공동 2위 수준이며, '대구의 강남' '서울 강남 다음 가는 교육환경' '비수도권 최고 부자 동네' 등 대구 톱 내지는 탈대구급 입지라는 수식이 붙는 수성구는 이같은 선호도를 바탕으로 편입 이슈를 홍역처럼 앓았다.

바로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논의다. 가창면은 과거 수성구의 뿌리인 수성현 지역이었고, 수성구 파동에 접해 수성구 생활권이 꽤 굳어진 지역이다. 이에 수성구 편입 공약이 선거 때 등장하기도 했고, 특히 2023년엔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이 편입 검토 의사를 밝히자 최재훈 달성군수가 반대 입장으로 맞선 것은 물론, 편입 설명회에서 찬성·반대 주민들 간 충돌이 벌어지는 등 핫 이슈였다. 곁들여 달성군 다사읍·하빈면의 달서구 편입 논의가 불거질 조짐도 있었다.

수성구는 1980년 대구 동구 남쪽 지역이 분리돼 출범했는데, 바로 1년 뒤인 1981년 경북 경산시(당시 경산군) 고산면(현재 시지 지역)을 편입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후 수성구 서쪽 범어·황금 등지는 동대구 부도심을 구성하지만, 동쪽 시지는 맞닿은 경산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연담화(連擔化) 환경에 놓여 있어 이게 향후 분구의 단초가 될 지 모를 일이다.

지난 2021년
지난 2021년 '대구 편입 없이는 공항도 없다'는 의견을 표명한 군위군 주민들. 매일신문DB
군위군 편입 전 대구경북 지도. 매일신문DB
군위군 편입 전 대구경북 지도. 매일신문DB

즉, 선택지는 늘 열려 있다. 지금 수도권에서도 그러듯이 분구도, 편입도 언제든 지역 생존 논리를 자극하면 강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2023년 군위군 대구 편입이 그런 예다. 당시 경북에 속했던 군위는 팔공산이 가로막고 있어 대구와 생활권도 공유하지 않았지만,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군위의 협조 없이는 자칫 무산될 위기를 역으로 압박, 대구 편입을 신속히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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