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방소멸 대책 '원도심 통합'
30년 전엔 분리를 발전의 지표로 반겼으나 시간이 지나자 생존을 위해 통합을 타진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지방소멸 위기를 대구 만큼 체감하고 있는 부산에서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5년 부산에서는 북구에서 사상구가, 남구에서 수영구가, 동래구에서 연제구가 각각 독립했다. 또한 옛 동래군 지역을 기장군으로 출범시켜 현재 부산의 15구 1군 체제를 갖췄다.
이 가운데 부산 원도심 지역인 중구·동구·영도구·서구가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심 노후화, 낮은 재정자립도 문제를 타개하고자 2017년부터 통합을 도모했다. 가만히 있으면 4개 구 각자 소멸하기 때문에 시급히 합쳐 인구 40만 규모의 통합구를 출범시켜야 하고, 이를 통해 먼저 합체했던 경남 창원(창원·마산·진해)과 충북 청주(청주·청원)처럼 정부 재정 인센티브 지원·중복 예산 절감·특화사업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계획은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낙선하고 4개 구 구청장도 전원 교체되며 추진 자체가 멈췄다. 같은 원도심 문제 해결 취지의 인천 중구·동구 통합 제물포구 출범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 첫 해인 2022년부터 밀어붙여 임기 중 완료한 것과 강하게 대비된다.
손 쓸 타이밍을 놓친 걸까. 8년이 지나며 중구(인구 4만4천→3만6천), 동구(8만8천→8만3천), 영도구(12만3천→10만1천), 서구(11만→10만1천)는 인구가 지속해 유출, 부산 지자체 인구 최하위권 순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은 원도심 뿐 아니라 부산 전체 인구가 같은 기간 347만에서 323만으로 크게 줄었다.
◆소멸 마지노선 '2만명' 소도시 네트워크
정답이 없기에 통합, 분구, 편입 등 행정구역 개편은 자칫 포퓰리즘에 활용될 여지도 적잖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이 여실히 겪고 있는 지방소멸 위기를 인구수가 적은 시·군은 더욱 절감하고 있는데, '인구 2만 이상 확보'라는 통합 공식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지방소멸대응 소도시 재구조화 전략'(2024)을 펴낸 김준우 대구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인구 21만 이하 소도시가 지방소멸에 가장 취약하다. 경북 250개 읍·면·동의 소멸위험지수와 인구 지속가능성을 분석했더니 소멸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인구수는 2만 이상, 소멸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 인구수는 1만 이상"이라며 "인구 2만 이상 자생력을 가진 강소도시와 규모는 작지만 역사·문화 자산이 있는 특화마을을 육성하고 연계해 네트워크형 소도시 구조를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꼭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형식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 실질적 생활권 구축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지난 2024년 한국정책학회 발표에서 각 인구 5천 안팎이며 서로 접한 경북 문경시 산양면과 예천군 용궁면 사례를 들어 "이들을 합쳐 인구 2만의 소도시를 조성할 수 있다. 자율주행이나 드론 같은 미래 기술을 사용하면 콤팩트하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지혜로운 축소' 저성장 도시 해법 될까
부산의 통합구 시도와 인천의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서해구 신설은 낙후한 원도심 부활에 대한 고민이 공통 배경이다. 이 고민을 대구도 갖고 있다. 과거 도심(향촌동 일대)과 현재 도심(동성로 일대) 둘 다 자리한 대구 중구 인구는 2021년 7만4천으로 바닥을 찍은 후 매년 증가해 올해 10만을 돌파, 고민에서 탈피하는듯 보인다.
착시일 수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지난해 4분기(10~12월)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6년 만에 가장 높은 26.9%까지 치솟은 상황과도 큰 괴리를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인구수가 다른 현실을 가리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빈 공간을 다시 채울 동력이 부족한 곳엔 콤팩트시티(압축도시)가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성장기엔 도심 외곽 신도시를 개발한 것과 반대로 빈 도심에 주거지, 직장, 상업·문화시설을 집적해 공간 효율을 끌어올리고 생활 편의성도 높이는 도시계획이다.
13년 전 '도시축소의 시대'(2013)를 펴낸 야하기 히로시 일본 오사카시립대 교수는 당시 이같은 집약형 도시구조를 골자로 하는 축소도시 개념을 소개하며 "'지혜롭게 쇠퇴하기'와 '보다 작게 성장하기'의 찬스"라고 강조, "풀세트형 도시 기능을 가지기 힘든 축소도시들은 서로 기능을 분담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찾게 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