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남성은 실직, 여성은 폭력"… 홈리스도 '성별 차이'

입력 2026-03-1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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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역 대합실에서 노숙인들이 의자에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역 대합실에서 노숙인들이 의자에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다. 매일신문DB

3월이지만 아직도 바람은 매섭다. 봄이 오는 듯하다가도 다시 찬 공기가 밀려온다. 계절이 짧아지며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날씨는 점점 '춥거나 덥거나'로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유난히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이다. 그런데 홈리스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로 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아니었다.

2025년 〈대구경북연구〉에 발표된 '대구지역 남녀 홈리스 분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홈리스가 거리로 내몰리는 이유와 자립 과정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실직이나 부채 등 경제적 요인이 큰 반면, 여성은 가정폭력과 돌봄 부담, 정신질환 등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 성별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남성은 '실직', 여성은 '폭력'

남성과 여성 홈리스는 거리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홈리스의 경우 실직이나 부채 등 경제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주거를 잃고 노숙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여성 홈리스는 가정폭력, 돌봄 부담, 정신질환 등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 홈리스의 노숙 원인이 남성보다 훨씬 복합적인 구조를 보이며, 남성이 약 12개의 요인으로 설명되는 반면 여성은 최대 34개의 요인이 얽혀 있는 경우도 확인됐다.

정신건강 문제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 홈리스의 정신질환 진단 비율은 55.4%로 남성(27.3%)의 두 배 이상이었다. 장애 진단 역시 여성(47.6%)이 남성(22.9%)보다 높게 나타났다.

홈리스들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은 집을 '개인적인 독립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고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자립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반면 여성은 집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정서적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차이는 자립 방식에서도 나타났다. 남성의 자립 유형은 스스로 자립을 추진하는 주도형과 시설 종사자의 권유에 따르는 순응형 두 가지로 구분됐다. 반면 여성은 보다 다양한 형태를 보였다.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자치형,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하는 가족형, 시설에서 만난 사람들과 협력하는 협력형, 종교적 믿음을 기반으로 삶을 재건하는 신앙형 등 네 가지 유형이다.

대구역 광장 노숙인 쉼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한 봉사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받아 한 끼를 떼우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역 광장 노숙인 쉼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한 봉사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받아 한 끼를 떼우고 있다. 매일신문DB

◆ 자립 성공 사례 살펴보니

연구진은 노숙인 지원 정책 역시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성과 여성 홈리스가 거리로 내몰리는 원인과 자립 과정이 서로 다른 만큼, 획일적인 지원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자립을 돕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자립에 성공한 사례들은 주거 지원뿐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와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남성 홈리스는 쉼터 생활과 자활 근로를 통해 저축한 돈으로 원룸을 계약하며 자립에 성공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고시원과 쉼터를 거친 뒤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했다.

여성 홈리스의 경우 시설에서 만난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며 자립을 준비하거나,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목표로 주거를 마련하는 사례가 많았다.

◆ 성별 차이 고려한 지원책 필요

연구에서는 특히 정신질환 대응을 위한 정신보건 전문요원 확대 배치와 함께, 개인 상황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주거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독 주거 형태뿐 아니라 공동 이용주택이나 체험형 주거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거 제공 이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례 관리와 통합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가족형 쉼터나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체험홈 등 기능별 시설 확충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대구시는 2019년 「대구광역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2026년 시행 예정인 지역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앞두고 관련 정책 준비도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노숙인 지원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삶의 맥락과 성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안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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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노숙 진입 원인 분포〉

■ 남성 홈리스

집(Home)을 잃어버림 : 50%
(부모 사망, 가족 해체 등)
선택하지 않은 병 및 회피로 얻은 병 : 30%
(조현병 발병, 알코올 중독 등)
신용을 잃어버림 : 10%
(보증 문제, 채무 등 경제적 파산)


■ 여성 홈리스

선택하지 않은 장애 및 정신질환 : 70%
여성이기에 감당함 : 40%
(가정폭력, 독박 가사·돌봄 노동 등)
집을 잃어버림 : 30%
신용을 잃어버림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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