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배신의 정치-유승민·한동훈은 '보수 궤멸의 원횽인가?'

입력 2026-03-12 12: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2번의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 "내부 총질"
유승민 전 의원 '배신의 아이콘', 극복 어려워
장동혁 대표, '배신 프레임'으로 당 내부 결속 도모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6월 25일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를 겨냥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15일, 방송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불출마 의사를 재차 확정지었다. 유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택한 배경에는 과거부터 그를 괴롭혀온 '배신자 프레임'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배신(背信)은 '믿음'과 한뿌리에서 자란다. 신뢰가 쌓여야 '배신'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린다. 인류사나 개인사에서도 배신은 뼈아픈 키워드다. 왕조 형태를 갖춘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도 늘 충정과 배신은 반복돼 왔다.

"보수는 배신과 분열로, 진보는 변절자와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현대 정치에서 배신은 정치 흐름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군사정권 이후 보수정권은 네번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배신과 분열로 진보진영에 두번이나 정권을 넘겨줬다.김영삼(YS)·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5년을 다 채웠지만, 이후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은 결국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도 배신자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중이다. 보수 일각에서는 그 중심에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있다고 말한다. 유 전 의원과 한 전 장관이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았다면, 탄핵 절차에 돌입조차 못했을 것이라는 식이다. 시장통 등 유세장에 이 둘이 나타나면, 누군가 "배신자"라고 소리친다.

두 정치인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탄핵된 두 대통령을 뛰어넘는 새로운 보수(개혁 보수)를 하고픈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 핵심 측근이 주군(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바른 길을 안내하는 것도 충정이다. 문제는 그 충정이 지나쳐, 분파적 언행(적을 이롭게 함)으로 비난받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6월 25일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한번 배신한 자는 또다시 배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동훈에게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했다. 한동훈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했다.

강성 보수지지파들은 결과론적으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의 탓으로 보고 있다. 두 배신자가 나서지 않았다면,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수 없는 의석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힘들게 되찾은 정권을 다시 갖다받치는 꼴이 됐다고 말한다.

실제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은 두 사람이 진보 세력과 힘을 합친 결과로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무려 62명이 집권 세력에 등을 돌렸으며, 윤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친한파(한동훈 계 의원들)들이 앞장서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길 수 있었다.

2024년 7월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받은 문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주군을 버려? 이럴 수는 없는겨!"

대구경북민을 비롯해 보수 세력은 두 번의 대통령 탄핵에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과연 탄핵 당할 만한 일을 했느냐며 안타까워 한다. 특히,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잡은 이후 정치행태를 지켜 보면서 "나라를 아예 통째로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하고 있다","삼권분립이 존재하지 않는 독재정권"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판에서 '배신의 프레임'에 쌓여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덕으로 큰 주제'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여당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이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유 전 의원은 탄핵에 앞장 선 후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보수정치인들이 분노하는 지점도 '자신을 키워준 대통령에게 그럴 수 있느냐'는 대목이었다. 유 전 의원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은데다,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정권의 성공을 위한 헌신 의무를 저버렸다고.

한 전 장관 역시 배신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정권 초기 법무부장관도 당 비대위원장도 뒷배는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 검찰 선배로서 그 누구보다 챙겼으며, 김건희 전 여사마저 외국에 나가며 남편인 윤 대통령 것과 함께 특별한 선물을 사올 정도였다고 한다. 유영하 의원은 이달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구 민심은 한동훈을 배신자로 본다"고 일갈했다.

2024년 7월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받은 문자.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이준석)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가 포착돼 파장이 일었다. 국회공동취재단

◆거대한 정당에 맞서는데 내부 총질?

2022년 7월 26일. 취임후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대표인 이준석을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라며 직격했다. 이후 2024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사과를 요구한 한동훈 후보를 향해 "대통령의 황태자가 배신의 정치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현 집권당(더불어민주당)과 맞서야 한다. 보수진영 정치인들은 배신자들을 향해 "하나로 똘똘 뭉쳐 싸워도 힘겨운 판에 분열을 획책하는 '민주당의 2중대' 또는 '내부 총질러'"라며 반드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보수 칼럼니스트는 보수 정당에게 배신자란 단순한 변절자가 아닌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지적한다. 특히 보수파는 두 번의 탄핵을 겪어면서, 배신이라는 트라우마가 작동하고 있다.

장동혁 당 대표 역시 집토끼 결집을 노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내부 분열은 곧 지지층의 투표 의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배신자 프레임'을 동원해서라도 내부 단속을 먼저 한 후에 6·3 지방선거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가 잘된 경우를 봤느냐, 죽은 대통령을 더 짓밟지 마라"며 "'중도'라는 말은 그럴 듯하지만 권력의 세계에선 공허한 것이며, 정통 보수는 최소한의 염치와 인간적 도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