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왜 이럴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질문. 아직 의사소통이 어른만큼 완전하지 않은 영유아 시기에는 아이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
어른이라면 MBTI라도 물어보면 될 텐데, 아이에게는 그럴 수도 없다. 그런 답답함이 쌓일 즈음 부모들은 '기질검사(TCI)'라는 문을 두드린다. TCI는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 특성을 함께 살펴보는 성격 검사다.
◆ 아이 기질검사 수요 폭증, 왜?
성격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인 영유아 시기에는 후천적인 성격보다 타고난 기질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기질검사는 아이의 행동과 반응을 이해하는 하나의 참고 도구로 활용된다.
이경은 씨(42)도 그랬다. 최근 아들 재은 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아이가 흥분하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훈육도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자 혹시 ADHD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결국 상담센터를 찾았고, 전문가로부터 '기질검사(TCI)'를 권유받았다.
검사는 놀이 관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상담사가 아이와 함께 놀며 행동을 살피고 부모와 상호작용하는 모습도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보호자인 이 씨는 아이의 기질과 관련된 질문지에 응답했다.
검사 결과 재은 군은 자극추구 성향이 높고 위험회피는 낮은, 충동성과 흥분도가 높은 기질로 나타났다. 활동적이고 자극에 민감한 유형이다. 하지만 이 씨의 양육 방식은 아이의 기질을 더 자극하는 방향에 가까웠다. 이 씨는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계속 새로운 걸 찾아다녔다"며 "공룡을 좋아한다고 하면 공룡박물관을 찾고, 곤충에 빠지면 곤충박물관으로. 주말이면 키즈카페도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의 기질을 자극하는 활동은 많이 했지만, 흥분했을 때 스스로 진정하는 방법을 따로 가르쳐 준 적은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띈 항목은 '예기불안'이었다.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기질이다. 이 씨는 "아이가 불안해할 때마다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이런 기질의 아이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은 말이라는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기질의 아이의 경우 불안해할 때 막연한 위로보다 선택지를 제시해 상황의 확실성을 높여주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부모 양육 방향 알려줘
이렇듯 아이의 기질검사는 아이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는 동시에 부모가 어떤 방향으로 양육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씨 역시 기질검사와 함께 부모 양육태도 검사를 진행했다. 부모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이 씨는 아이의 행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기질 자체가 흥분도가 높은 아이다 보니 쉽게 흥분하고, 진정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부모 모두 이성적인 성향이 강해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지 못한 점도 아이의 불안을 키웠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 방식대로 아이를 양육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6개월 전 기질검사를 받았다는 유혜지 씨(34)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예전에는 아이가 실수 후 위축되는 모습을 보면 "왜 이렇게 예민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험회피 점수가 높다는 결과를 듣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유 씨는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데 우리 아이만 왜 이럴까 하며 아이를 탓했던 시간이 부끄러웠다"며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양육 방식을 바꾸니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 하나의 도구로 잘 활용해야
25년간 놀이치료 현장에서 활동해 온 윤경민 체인지아동발달연구소장은 최근 영유아 기질검사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윤 소장은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예전보다 기질검사를 문의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이어 "양육의 어려움이나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사회성, 주의집중 문제 등을 계기로 상담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며 "아이의 행동이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문제인지 궁금해 검사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심리검사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검사 결과를 맹신하기보다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어떻게 조절하며 살아갈지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TCI 검사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질은 타고난 성향을 의미하지만 성격은 그 기질을 얼마나 잘 조절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설명이다.
윤 소장은 "아무리 좋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어도 운전자가 그것을 잘 다루지 못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드러날 수 있다"며 "기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다루는 힘을 기르는 것이 검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영유아 기질검사의 경우 대부분 부모 보고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석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의 기질과 실제 행동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결국 부모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 함께 갈 때 더 정확해진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양육은 아이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만나 상호작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아이의 행동이 힘들게 느껴질 때 그것은 부모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두 사람의 기질이 충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의 말도 덧붙였다.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라면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