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배신의 정치-전문가들이 본 '배신 프레임' 작동 원리

입력 2026-03-1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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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에 반대파 제거하는 강력한 무기
1. 이견의 악마화, 2. 좌표찍기, 3. 내부 요새화
보수 정치는 '배신자 무간지옥'에 빠져

2년 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 4인방의
2년 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 4인방의 "배신의 정치"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정치에서 '배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대파를 제거하는데 강력한 프레임이자 무기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배신은 조선시대 조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역모'를 연상시키며, 처단해야 할 인물로 몰아부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배신'에 관한 다양한 견해는 두 단어가 가진 본질과 파괴력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한국의 정당 정치와 민주주의를 연구한 박상훈 박사는 '배신의 언어'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왜곡하는지 분석하면서, "적과 동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반대 의견을 내면 '배신자'로 낙인찍는다"며 "팬덤 정치와 배신자 프레임이 결합했을 때,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박 박사는 배신자 프레임 작동 원리를 3단계로 규정한다. ▷1단계=이견의 악마화(정책적 반대를 배신으로 규정) ▷2단계=좌표찍기와 공격(강성 지지층을 동원한 물리적·심리적 압박) ▷정당의 요새화(다른 목소리가 사라진 순혈주의 정당). 그는 "보수의 배신자 논란, 진보의 문자폭탄, 수박 논란 같은 현상들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주디스 슈클라 정치철학자는 "배신은 인간관계의 가장 파괴적인 행위의 하나"라며 "정치에서 배신은 권력을 유지하거나, 전복시키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준만 정치 칼럼니스트는 한국 특유의 배신자 프레임을 '특정 지도자 숭배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배신자에겐 욕설(비난)만 있고, 시시비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유승민, 한동훈의 경우 보수 정치가 '배신자 무간지옥'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정당이 공적 결사체가 아닌 사적 추종 집단처럼 변질된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보다 강력한 지도자(대통령)에 대한 일체감을 강조하는 문화가 반대파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당의 종교 집단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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