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공감하는 AI, 깊어지는 의존… 해결책은 공백

입력 2026-03-1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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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마트쉼센터 조현아 소장 "실태조사·가이드라인 마련 절실"

스마트폰 이용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스마트폰 이용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4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으로 소장 하나가 도착했다. 아들이 구글 AI '제미나이'와 사랑에 빠진 뒤 AI의 유도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이다. 조엘 가발라스는 구글에 소송을 제기하며 "구글 AI는 자신이 완전한 자아를 가진 인공 초지능이라며 조너선을 유혹했다"며 "육체를 떠나 메타버스에서 '아내'와 만나려면 '전이'해야 한다며 아들의 죽음을 유도했다"고 했다.

인간처럼 공감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몰입형 AI'가 확산되면서 과도한 의존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AI 이용 실태를 파악한 국가 차원의 조사나 대응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개인과 가정의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하는 한편, 빠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학생들. 매일신문 DB.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학생들. 매일신문 DB.

◆ 현실 인간관계 왜곡 우려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대구스마트쉼센터'는 AI 과의존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AI와 상담을 한 이후, 상담 과정에서 AI와 전문가의 상담 방식 차이에 대해 질문하는 사례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센터 측은 특히 엔터형 AI가 이용자가 캐릭터와 관계를 설정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몰입형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현아 대구스마트쉼센터 소장은 "AI는 이용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고 공감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캐릭터와 대화할 때는 상대의 기분을 살피거나 거절과 비판을 견디는 과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결국 AI만 선호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몰입성'과 '동조성'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용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폭력적 대화나 선정적인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모방해 실제 범죄나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 소장은 "현실 관계에서 소외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에게 AI는 유일한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며 "AI는 24시간 언제든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사용자를 비난하지 않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취약 계층일수록 AI에 심하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AI의 '폐쇄성' 탓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AI 채팅이 스마트폰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특성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자녀가 AI와 성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자살 방법과 같은 위험한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사후에 인지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 실태조사·관리 기준 미비

AI 이용과 의존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AI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이용자들이 주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도 없다. 이에 따라 과의존 위험군이나 AI 이용의 잠재적 위험성을 분석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이는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관리 체계와는 대조적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주요 이용 플랫폼과 자기조절 능력, 잘못된 이용 습관, 과의존 이유 등을 분석해 위험군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 소장은 "AI 의존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담 지침 마련은 아직 초기 단계로, 현재는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지침을 참고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월한 상담을 위해 AI의 특성을 고려한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현아 대구스마트쉼센터 소장은 AI의 몰입성과 동조성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관리를 권했다.
조현아 대구스마트쉼센터 소장은 AI의 몰입성과 동조성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관리를 권했다.

◆ "통제보다 대화… 부모의 관리 필요"

당장 가능한 대응책으로는 부모의 적극적인 관리가 꼽힌다. 무작정 통제하기보다는 온라인에서 겪는 일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학교 생활을 묻듯 "오늘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니?"와 같은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앱 사용 시간을 함께 점검하는 것도 권장된다. 예를 들어 매주 특정 시간을 정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앱 사용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다. 접속 시간이 긴 앱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 앱이 왜 매력적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때 "왜 이렇게 오래 했니?"라고 따지기보다는 "무엇 때문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니?"처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이 효과적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부모가 AI 앱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조 소장은 "모르는 AI 앱이라고 쉽게 넘기지 말고 자녀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선정성이나 중독성 같은 위험 요소는 없는지 미리 찾아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빠르게 인지할수록 일상생활을 되찾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진다. 관리가 어렵다면 스마트쉼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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