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이슈] "트럼프 막내아들 전쟁터 보내라"…군 복무 노블레스 오블리주 관심

입력 2026-03-12 12: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들 배런 트럼프의 이란 전쟁 참전(입대)을 요구하는 내용의 AI(인공지능) 생성 이미지가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들 배런 트럼프의 이란 전쟁 참전(입대)을 요구하는 내용의 AI(인공지능) 생성 이미지가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들 배런 트럼프의 이란 전쟁 참전(입대)을 요구하는 내용의 합성 이미지가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들 배런 트럼프의 이란 전쟁 참전(입대)을 요구하는 내용의 합성 이미지가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X 캡처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DC코믹스 슈퍼히어로 캐릭터 배트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뺨을 때리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DC코믹스 슈퍼히어로 캐릭터 배트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뺨을 때리며 "너의 아들(배런 트럼프)을 네가 만든 전쟁터로 보내라"고 일갈하는 이미지. X 캡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이게 빈번히 거론되는 분야가 '군(軍) 복무'다.

우리나라처럼 병역 의무가 있는 국가에서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가 등 고위층 자식이 병역을 피하는 꼼수를 부리면 즉각 날카로운 지탄이 향한다. 모병제를 택한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에서도 전쟁을 치를 때 고위층 자녀를 전선에 내보내는 게 유서 깊은 미덕이자 일명 '까방권'(비난 금지)을 얻는 처세술이다.

◆美 대통령 아들 참전 전통 "배런은?"

최근 눈길이 쏠린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미군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배런의 입대를 촉구하는 'SendBarron'(배런을 보내라) 'SendBarronToWar'(배런을 전쟁터로 보내라) 등의 해시태그(#)가 확산한 것. 여기엔 미군 군복을 입은 배런의 AI(인공지능) 생성 및 합성 이미지가 곁들여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이 정당하다면 왜 대통령 아들은 참전하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고위층 자식인 배런과 순직한 미군 청년들의 목숨값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배런의 나이는 19세다. 미군 입대 가능 나이는 17~34세.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위키피디아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위키피디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위키피디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위키피디아

전통이 있으니 형성된 여론이다. 우선 미국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들들이 1차 대전에 참전했다. 이들 가운데 4남 쿠엔틴은 1918년 7월 프랑스에서 전투기를 몰다 독일군에 격추돼 20세로 생을 마쳤다. 이어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건강이 나빠져 반년 뒤인 1919년 1월 사망했다.

2차 대전 땐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네 아들 모두 전장으로 갔다. 이 가운데 장남 제임스 루스벨트는 해병대 소속으로 1942년 8월 태평양 마킨섬 일본군 기지 기습 작전에 참여했다. 그런데 당시 미군은 대통령의 아들이 포로가 되거나 전사할 경우 일본군이 악용할 것을 우려, 그를 작전에서 배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되려 제임스가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 아버지의 지시로 작전에 뛰어든 제임스는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다.

이어 지금 47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으니, 역사를 아는 미국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들 배런을 주시하고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을 강대국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지도자인데, 정작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는 뭐하고 있느냐는 질문의 구성 성분 중 하나가 가족의 군 복무로 입증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아들 배런 트럼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아들 배런 트럼프.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공주 때 군 복무 모습.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공주 때 군 복무 모습. 연합뉴스

◆왕관 수여 조건 '젊을 때 군 복무'

영국 왕실은 내부 규율을 바탕으로 군 복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철저히 실천하는 경우다. 남녀 가리지 않고, 전시와 평시도 구분하지 않는다. 꽃다운 젊은 시절을 기꺼이 군에서 보내게 한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공주 때였던 2차 대전 및 그 이후 7년 동안(1945~1952) 영국군 차량정비·수송 장교로 복무한 사실이 유명하다. 왕위를 이은 아들 찰스 3세 역시 왕세자 때 7년 간(1971~1977) 영국 해군에서 복무했다. 찰스 3세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는 왕자 시기였던 1982년 해군 헬기 조종사로 포클랜드 전쟁 최전선을 누볐다.

찰스 3세의 아들, 그러니까 엘리자베스 2세의 장손 윌리엄 왕세자도 2006년 영국 육군사관학교 입학 후 2013년 전역하기까지 주로 구조헬기 조종사로 일하며 156회 작전에서 149명을 구조했다. 윌리엄 왕세자 동생 해리 왕자는 2007년부터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간 전쟁에 투입됐다. 이에 탈레반이 선전효과를 노리고 2012년 그가 주둔하던 기지를 공격해 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어쩔 수 없이 귀국했지만, 2015년까지 군 복무를 수행했다.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 왕실 카타리나 아말리아(왼쪽에서 2번째) 공주. 네덜란드 왕실 인스타그램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 왕실 카타리나 아말리아(왼쪽에서 2번째) 공주. 네덜란드 왕실 인스타그램
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 왕실 막시마 소레기에타 세루티 왕비. 네덜란드 왕실 인스타그램
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 왕실 막시마 소레기에타 세루티 왕비. 네덜란드 왕실 인스타그램

◆유럽 왕실 드레스 대신 군복 '女풍'

유럽 각국 왕실은 근래 공주는 물론 왕비까지, 여성들의 솔선수범 군 입대로 국민들에게 국방과 안보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년차에 접어들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매개로 이어오던 미국과의 군사 공조가 흔들리는 게 배경이다. 비상 시 남성은 물론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를 대비한 포석도 된다.

네덜란드 왕세녀 카타리나 아말리아(22) 공주는 지난 1월 기초군사교육을 마치고 상병 계급장을 달았다. 그는 현재 암스테르담대 법학과 학업과 국방대학 2년 군사훈련 과정을 병행 중이다. 이에 더해 어머니인 막시마 소레기에타 세루티(54) 왕비가 지난 2월 네덜란드 육군 예비군에 입대해 사격 등 단기 집중 군사훈련을 소화했다.

아말리아 공주의 행보는 지난해 국방대학 지원자를 2배 가까이로 늘려 아말리아 효과로 불린다. 막시마 왕비의 입대는 제한 연령 55세에 1년 앞서 이뤄진 것으로, 네덜란드 민영방송 RTL은 "상징적 가치가 매우 크다. 중장년층도 예비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강력한 홍보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 왕위 계승 서열 2위 잉리드 알렉산드라(22) 공주는 2024~2025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에서 이등병 계급을 달고 장갑차 사수로 복무했다.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여공(왕위 계승 서열 1위) 레오노르(20) 공주는 이미 10대 때인 2023년부터 육·해·공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으며 드레스보다 군복이 더 어울리는 여왕 수업에 임하고 있다.

17세 때인 2023년 3년 간의 사관학교 군사훈련을 시작한 당시 스페인 왕실 레오노르 공주. 연합뉴스
17세 때인 2023년 3년 간의 사관학교 군사훈련을 시작한 당시 스페인 왕실 레오노르 공주. 연합뉴스
2015년 해군 장교 복무 당시 최민정 씨와 어머니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2015년 해군 장교 복무 당시 최민정 씨와 어머니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신임 소위로 임관한 이지호(중간) 씨와 아버지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할머니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신임 소위로 임관한 이지호(중간) 씨와 아버지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할머니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연합뉴스

◆한국 재벌가 솔선수범 주목

실은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 재벌가에서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차녀 최민정 씨가 지난 2014년 해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 소말리아 해역 청해부대에 파병되는 등 해군 장교로 복무했던 것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장남 이지호 씨 역시 지난해 해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복무 중인데, 선천적으로 얻은 미국 국적을 포기해 시선이 향했다. 일반 병 복무 시 두 나라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고 해외 장기체류시 아예 군 면제를 노릴 수 있었지만, 미국 시민권을 반드시 버려야 하는 장교 복무를 선택한 데 큰 의미가 부여됐다.

이후 최태원·이재용 회장 둘 다 반도체 호황으로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新(신) 산업 역군으로 주목된 걸 감안하면, 자녀들의 군 복무는 소비자이자 개미 주주이기도 한 많은 국민들을 기업을 응원하는 우군으로 만드는데 적잖게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병역 꼼수 흑역사 '석사장교'

대한민국은 6.25 전쟁 때 제임스 밴 플리트 미 8군 사령관이 함께 참전한 아들을 잃으면서도 퇴역 직전까지 분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를 포함해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러 온 미군 장성의 아들들이 142명이나 되고, 그 중 3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거나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사회 고위층이 자식에게 군 복무 특혜를 주는 행태를 꾸준히 보이며 역사에 먹칠을 했다.

군부정권 시기였던 1982년 도입돼 1991년 폐지된 '석사장교'가 대표 사례다. 석사 이상 학력 지원자들 중 시험으로 선발하는 장교라서 붙은 이름으로, 정식 명칭은 '특수전문요원'. 무슨 대북특수작전이라도 펼칠 것 같지만, 실은 약한 강도의 군사교육을 받고 여행까지 곁들인 전방 체험을 하는 게 전부였다. 복무 기간은 단 6개월.

이 제도 도입기엔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전재국 씨가, 폐지 직전엔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현 주중대사가 혜택을 얻으면서 꼼수를 아예 제도로 만든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석사장교 출신 50~60대가 현재 사회 각계에서 활동 중이다. 당시 이 제도가 좀 이상하다고 의식했건 그러지 못했건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없었건, 앞으로 선거 또는 고위 공직에 나서거나 유명해져 인기인이 되려면 진땀 해명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