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기획·제작한 책 <지상대구>는 옛 지도와 주요 시설 도면을 통해 대구가 어떤 길을 걸어 지금의 도시가 됐는지를 따라간다. ▷교통과 인프라 ▷경제와 산업 현장 ▷문화와 휴식 공간 등 대구 발전의 궤적을 4부에 걸쳐 풀어낸다. 3부는 근대 산업의 태동부터 공업 단지 조성, 상업 중심지의 변화, 그리고 주거와 산업의 재배치까지 경제 활동의 공간적 변천사를 다룬다. (편집자 주)
지금도 동성로 한복판에서 불을 밝히는 대구한일극장. 한때 이곳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약속 장소였고 만남의 기준점이었으며 '문화' 그 자체였다. 지금은 대형 멀티플렉스 체계에 편입돼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지만, 한일극장이 처음부터 거대한 자본에 기대 성장한 것은 아니다. 이 극장은 대구 시민들의 발걸음과 취향, 그리고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동성로 문화의 중심인 '한일극장'의 시작으로 거슬러가보자. 점차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도시의 형태를 갖추던 때였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키네마 구락부, 1950년대는 국립 극장으로 불리다가 1967년에야 한일극장이 됐다. 한일극장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이 상당해, 대구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한일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인기에 힘입어, 1969년 아케이드로 증축하기로 했다. 기존 한일극장 건물은 유지하고, 그 주변부에 'ㄱ자' 건물을 짓는 계획이었다. 도면상으로는 텅 빈 것처럼 보이는 중앙부 사각형이 기존 한일극장 건물이다. 도면 중앙에 '관람석 920석, 종전과 동일'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극장은 동성로 방향으로 큰 출입구를 추가로 신설해, 두 건물을 쉽게 오갈 수 있게 했다. 아케이드 건물은 상가로 활용돼, 극장에 방문한 이들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주로 파는 건 외제품이나 다수의 할인상품들이었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상업시설이 아닌 '종합유통단지'가 등장한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업체의 공간이 필요해져서다.자리가 마련되면서 전자상가뿐만 아니라 섬유, 전기재료 등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엑스코와 대구종합무역센터 역시 비슷한 시기에 건설이 계획돼, 대구 지역에 있는 상공업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서울에 편중돼 있던 무역 기능을 지역 독자적으로 갖춰,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는 의도였다.






